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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10 [무용칼럼3] 가을의 감동, 'Soul,해바라기' - 국립극장 무용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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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무용단의 'Soul,해바라기' 공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 .2010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이런 보석같은 공연을 볼모로 힘겨루기라니 고약한 사람들...'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시간에 로비로 나오면서 든 생각이다.

  

첫날인 9월7일 공연 감상은 실패하고 엉뚱하게 노사갈등만 취재한 채 돌아와 기사를 올렸다.
그 다음날 오후. 다시 갈까말까... 망설였다. 또 다시 공연이 중단되면 혈압깨나 오를 것이다.

 

설마 오늘까지야 하는 생각과 기대되는 공연의 이끌림에 채비를 하고 나섰다.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장충단 공원을 가로질러 국립극장으로 향한다.

  

저녁 7시반경 해오름극장 로비에 들어서니 어제와 별 다른 풍경이 아니다. 숫자가 좀 줄긴 했지만
노조원들은 같은 장소에 나와있고, 어제 공연 중단 소식을 들었는지 관객도 꽤 줄어들은 듯하다.
공연 분장을 한 채 여자무용수가 전단지를 나눠준다.  "오늘도 30분 지연?" 하고 묻자,

그렇다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8시가 됐지만 30분 지연이 예고됐으므로 입장하지 않고 로비에 앉아 상황을 지켜봤다.
노조원들은 "30분만 저희 호소를 들어주십시오"라며 구호를 외치고, 극장측은 "공연이 지연되므로
돌아갈 분에게는 환불하겠다"고 안내방송을 내보낸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소리에 묻히지 않으려고
구호와 방송을 반복하는 통에 꽤나 시끄럽다.

 

로비에서 이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
이 공연의 출연진에는 예술노조원과 비노조원이 섞여 있다. 수개월간의 불협화음으로 분명히
어색한 분위기 일텐데 과연 제대로 연습을 했을까, 오늘 팀웍에 문제는 없을까 하는 걱정이 인다.
공연의 질이 떨어질까 싶어 노파심이 머리를 맴돌며 착잡한 기분.

예술계만이라도 이런 속세의 다툼에서 초연해 있으면 좋으련만...

    

8시20분쯤 되자 로비에 있던 무용수들이 종종걸음으로 무대뒤로 향한다. 
필자도 입장해서 자리를 잡으니 바로 객석 조명이 꺼지며 막이 오른다.

 

'Soul, 해바라기'(예술감독-안무 배정혜)는 2010년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서 주목받는

프로그램이다.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레퍼토리의 하나이며 다시 보고싶은 작품 1위로도

선정되었을 만큼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한다. 

  

현장에서 만난 'Soul,해바라기'는 두가지 공연을 한꺼번에 보는 것과 같다. 좋은 음향속에 뛰어난
라이브 연주가 받쳐주는 재즈 음악이 그 하나이고, 국립무용단의 빼어난 연기가 다른 하나다.

 
이 공연은 2006년,2007년,2009년에 이어 네번째 무대이다. 과거 공연은 보지 못했으나
네차례에 이르는 동안 여러 요소에서 수정,보완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 만큼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2010년의 페스티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오디오에 빠져서 편집증적인 생활을 했던 필자는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여기서 '민감'이란
개같은(?) 동물처럼 소리를 잘 듣는다는 게 아닌, '좋은 소리'에 집착하고 거슬리는 소리에는
꽤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는 뜻. 사운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는 데크에 마운트하지 않게 된다.

     

재즈와 우리의 민속의 접합이라... 과학도 그러하지만 예술은 실험과 도전속에 발전하는 법.
강강술래로 여겨지는 재즈 바이올린 솔로 속에 막이 오르며 약간 음산한 분위기의 첫 풍경이 펼쳐진다.
5명의 여자무용수가 유체 이탈하는 듯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여자살풀이.
재즈라는 이질적인 사운드를 살풀이라는 민속 무용 소재에 빼어난 감각으로 버무렸다.
 

무대 시설에 신경을 많이 쓴 듯 사운드가 훌륭하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음향이 좋고 음악까지
뛰어나면 이미 절반은 호감 모드. 공연 전체에 걸쳐 흐르는 음악이 재즈로 편곡되어 묘한 감흥을

전해주며, 연주자의 모습도 실루엣으로 비쳐 주는 덕분에 음악 공연장같은 기분도 든다.

  

재즈에는 독특한 반음처리의 효과가 있다. 장조와 단조, 빠른 박자와 느린 박자를 절묘하게 오고가므로
슬픈 듯 즐거운 듯, 경쾌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함께 풍기는 것이 매력.

       
흰 옷 차림의 여자 무용수의 살풀이가 10여분만에 장내 분위기를 심연의 고독으로 바꿔 버린다.
고독은 지독한 그리움이다. 

 
접합이 가능할까 싶은 재즈와 우리 민속의 두 요소가 진한 분위기 합일을 이루며 무대 위에 서있다.
재즈 옷을 입은 진도아리랑이 처연하게 들리는 건 의외다. 1막과 2막에서 두드러지게 귀에 들어오는
진도아리랑의 재즈 멜로디는 우리의 한에 흑인의 비애까지 덧붙여진 효과인지 사정없이 가슴을 파고든다
 
압도된걸까, 감동적인 분위기 속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음악이 뛰어난 것인가 안무가 빼어난 것인가
잠시 의식을 가다듬지만 부질없는 생각이다. 살풀이답게 여자무용수에게서 격렬한 몸동작이
나타나는가 하면, 남자무용수에게는 몇번의 점프말고는 오히려 여성스럽게 느껴지는 몸짓이 대부분. 
남자 무용수의 몸짓에서도 '우아'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3장에서 슬로비디오처럼 이어지는 남녀 듀엣의 몸짓. 아련한 느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눈에 비쳐오는 그리움의 형상, 귀로 전해지는 서정의 울림, 감동의 양은 1막으로도 족했다.

  

인터미션 시간에 로비로 나서자 극장 홍보팀장이 걱정됐는지 어땠냐고 물어온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 '최고'라고만 했다. 그랬더니 2막은 더 재미있다고 말해준다.
1막이 재미(?) 있던 건 아니고 감동을 받은 건데...

 

그녀의 말대로 2막 전반부는 흥겹다. 다양한 춤(손뼉춤, 아박춤, 북어춤, 부채-방울춤)으로 이어지는
20여분의 춤 시리즈는 앞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는 듯, 객석에 접근해서 관객을 어르기까지 하며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후반의 씻김과 천도에서는 신비적인 분위기속에 죽은 아들을 못내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애틋함이 절절하게 표현되며 다시 가슴을 메이게 한다.

  

이윽고 접어든 피날레. 다시 반전하여 흥겨운 음악속에 무용수들이 객석 통로를 오가며
관객과 하나됨을 시도한다. 어느 틈에 이어지는 출연자 인사.
 
인사끝에 무용수 상당수가 우르르 객석으로 달려든다. 아직 퍼포먼스가 남았는가 했더니
그대로 로비까지 뛰어 나가 돌아가는 관객에게 인사하며 예술노조를 응원해 달라고 당부한다. 나원참...

   

아무튼 이 작품이 일년에 한번 밖에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는 건 아직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다는 증거다. 
TV같이 파급력이 큰 매체에 몇번 노출되기만 한다면 본격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무용의 전 요소가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판단된다. 

  

옥의 티를 하나 들자면 2막 중간, 조용한 연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무대 뒤에서 몇차례 들린 잡음.
  
어제 공연중단 사태 때 일부 관객이 항의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차분한 분위기. 
이날도 30분의 공연 지연에 항의하거나 돌아가는 관객은 보이지 않았으며,
공연 후 고무된 듯 열연한 무용수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귀가길에 나섰다.   

늦은 공연에 시간이 깊었지만 필자도 콧노래 부르며 장충단 길을 걸어 내려올 수 있었다.       

  
예술하는 사람들이 피켓든 모습은 볼썽사납다. 노사갈등을 속히 마무리하자.
극장측이나 예술노조 누구도 상처받는 일 없도록 현명한 중재가 있었으면 한다.
    
(끝)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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