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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만 진지한 공연, 이종필의 'Iron II' & 정미란의 'The Quasar'

 

[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창작이 이렇게 고생스러울지 몰랐다"


안무가 이종필, 그가 공연 후 무대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무형의 착상을 여러 전개과정을 거쳐 무대에서 구체적이고 세련된 움직임으로 구현한다는 것이
언뜻 생각해도 보통의 업무 강도를 훌쩍 넘어서는 일이라 생각된다.

 
자기 혼자 벌이고 마무리하는 일이라도 좌절 삼세판이 기본인데, 수십명의 스텝과 연기자를 조율,
짜임새를 갖추고 대중앞에 공개한다는게 말이 쉽지 어지간하면 난산에 빠지기 십상 아니겠는가.

  

6월19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소극장' 앞에 왜 '자유'를 붙였는지 모르지만 연기자 목덜미의 점까지 볼 수 있을만큼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연기자에겐) 썩 자유스럽지 않은 공간에 유망 안무가들의 작품이 올랐다.

 
팜플랫에 정리된 이들의 인적사항에 눈이 간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자.
작품 감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학교를 나와 어떤 작품을 만들었고 무슨 상을 받았다는
이력은, 은근히 그의 현재 작품도 (최소한) 과거에 필적할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인간사를 제철소의 용광로 속 쇳물로 표현해 봤다는 이종필의 'Iron II', 그리고 경이로운 우주의

소리와 빛과 에너지를 무용수의 움직임과 조명, 약간의 소품을 활용해서 표현해 봤다는 정미란의

'The Quasar'.  축제 조직위원회가 선정하여 지원한 안무가 8명 중 이들의 작품이 짝을 이뤄

먼저 무대에 올랐다.

  

몇걸음 내딛으면 반대쪽에 닿는 크기의 극장 객석 맨 앞에서 무대를 바라본다.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의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나는 바삭거리는 소리가 무대위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매 동작마다 개념과 양식미의 두 균형을 맞추면서 시퀀스로 엮는 것이 안무의 세부 작업이 되겠지만
인체의 컨트롤이나 기술적 움직임을 통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마임 요소나 소품을 가미해
전달력을 높이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두 작품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종필과 정미란. 이들은 적당한 경험과 아카데미 과정을 거쳤으므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벌일 수

있는 연령대이다. 두사람은 우연히 조를 이뤄 나란히 작품을 올렸겠지만 한쪽은 남성적인 움직임과

에너지가 강조되고 다른 한쪽은 여성성이 돋보인 작품인 탓에 의도적인 것처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올해 처음 닻을 올린 축제라해도 신진 안무가에게 이런 발표 무대가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니므로
작품을 준비한 그들의 부담도 예사스럽지 않았을 법하다.
  

별다른 무대장식이나 설비없이 몸을 도구삼아 가시화하는 그들의 작품 현장을 코앞에서 지켜보며

어느새 안무의도 같은 건 잊어 버린다. 물끄러미 움직임을 따라가며 시선을 옮기는 수용체만이

있을 뿐이다. 

 
처음의 분석적인 태도는 어느 틈에 증발되고 눈앞에 드러난 몸의 양식미, 유연한 중심 이동, 탄력적인

점프와 멋진 턴, 한순간 지나가는 포즈... 이렇게 생명을 느끼게 하는 동작에 취해 의미 탐색은 길을

잃는다. 감상은 개인적인 경험인 만큼 내 감흥에 솔직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무용은 종합예술인 만큼 '작품'이란 관점에서는 충족시켜야 할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적은 예산에 25분 구성으로 빌드된 작품을, 규모가 다른 작품에서 받은 인상과 비교해 평하는 것은

공평치 못하지만 그래도 한마디 남기자.

    

'Iron II'는 구성에 마임을 섞었지만 무슨 뜻인지 전달이 되지않아 오히려 짜임새를 방해했고,
'The Quasar'는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인지 군무에서 숙련도가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느꼈을 문제다.
좋았든 별로였든 공연예술인에게 과거는 갈채나 비판속에 박제해 놓아야 할 유산이다. 오늘 그가

새로이 구축하는 작업의 완성도, 공연의 질이 중요하며 이것이 그의 존재와 현재가치를 보장한다.

 
결국, 공연행위로 촉발되거나 파생되는 감동의 총합이 창작자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관객은 이를

느낌으로 공유한다. 움직일 수 있는 한 고민하고 창작하고 업데이트하라. 

 

어쨌거나 필자를 포함한 일반적인 관객은 무용수의 움직임과 양식미에 초점을 두고 공연을 지켜본다.
스킬이 좋은 무용수라면 당연 환영이지만 이번 공연처럼 진지함이 묻어나는 무용수도 큰 호감을 준다. 

 

대체로, 객석에 앉은 나는 행복한데 조명 속의 무용수, 무대 뒤의 안무가 그쪽도 행복한가요?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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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Life is...>는 창작발레의 모델케이스다.

 
6월14일 저녁, 기대감을 안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홀에 들어선다. 단발 공연에 그치는 탓인지

많은 인파가 몰려 넓은 오페라극장이 북적인다. 공중파 방송의 녹화카메라까지 뒷 편에 진을 치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Life is...>는 제임스 전이 안무를 총괄했으며 박상현 음악감독의 지휘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정재윤, 인천오페라합창단이 음악을 담당했다. 공연 무대의 좋은 색감을 제공한 조명디자인은

이보만, 클래식 콘서트를 감상하는 듯한 우수한 음향디자인은 한정호가 맡았다. <Life is...> 공연은

약 75분간 진행됐다.
  
첫해 대한민국발레축제의 메인작품으로 선정되어 대형무대에 오른 <Life is...>는 서울발레시어터의 주요

레파토리 중 인생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음악'과 '색', '움직임' 이라는 요소로 새롭게 빌드한,

무용수와 연주자를 합해 100명이 넘는 출연자의 다양한 몸짓과 음악 연주를 균형있게 통합한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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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레축제에 참여한 서울발레시어터는 민간 프로발레단으로, 발레의 창작과 대중화를 꾀하면서
홈리스 발레교육, 사회적 기업 등 사회와 교류하는 예술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중심 발레단체이며
지난 1995년 김인희(현 단장)와 제임스 전(현 상임안무가)에 의해 창단되었다.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였던 김인희 단장과 조지발란신의 제자인
로이 토비아스로부터 사사한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는 창단이래 창작발레를 중심으로
발레의 지속 발전을 위해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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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년, 무용공연을 관람하면서 감동과 실망사이를 오가다보니 작품을 선택하는 일에 보다 신중해졌다.
현대 무용이 갖는 숙제인 소통의 벽, 즉 '이해하기 어렵고 그렇다보니 지루하다'는 난관을 <Life is...>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시작 직후, 음향과 조명의 색감이 뛰어나다는 느낌이 먼저 들어온다. 사람 관계에서 첫 인상이

중요하듯 객석에서 지켜보는 공연의 인상은 초반 10분이 좌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계절, 넉넉한 분위기속에 막을 연 <Life is...>는 네가지 단원으로 짜여 있다.
첫 단원은 인생의 '죽음'을 그렸다. 모짜르트의 레퀴엠이 배경음악으로 무겁게 깔리며
전반적으로 어두운 조명속에 죽은 자를 기리는 듯한 격식있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한과 비애의 감정을 잘 담아내는 한국무용과 달리, 발레의 언어는 무거운 분위기를 형용하는데 한계랄까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 그래선지 '죽음'이 주제인 첫 단원은 길게 끌지 않고 간결하게 처리하는
듯한 인상이다. 

 

두번째 단원은 '사랑과 열정'.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을 사용하며 붉은 조명아래에서 짝을 이룬 무용수들이

인생의 즐거움을 경쾌하게 서술한다. 인생의 뜨거운 한때는 찰라에 불과하다는 듯 탱코의 물결은

아쉽게도 짧막한 스텝을 남기며 무대밖으로 물러난다.

 

세번째는 '외로움'. 바하의 무반주 첼로 전곡을 절반쯤 연주하는 듯,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귀에 익은 편안한 멜로디와 함께 쓸쓸한 무드를 연출하며 사색을 유도하는 듯한 무용수의 움직임이

이어진다. 옆에 앉은 동료는 이 부분에서 졸았단다. 나는 이게 가장 좋았는데...
밤 공연에 참석하려면 낮 근무시 체력을 소진하면 안된다. 무뎌진 감성으로 뭘 어쩌려구.
 
이 단원의 연주 시간에 비례하듯 인생의 대부분은 외로움을 친구로 삼아 보내야 한다.

블루 조명아래에서 바하를 연주하는 첼리스트 정재윤도 하나의 쓸쓸한 풍경이 된다.

2인무 연기를 중심으로 2~3분 정도씩 매듭을 이루며, 첼로 연주를 배경삼아 그려지는 움직임은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복잡한 안무를 절제한 남녀무용수의 움직임이 차분한 교감을 이루며 은은한 사색의 시간이 공연장에

조성되는 것 같다. 무용 특유의 효용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대사가 없는 무용은 이렇게 객석의 상상력을 휘저으며 자주적인 감상 태도를 유발시킬 때 성공한다.
 
마지막인 네번째 단원은 '탄생'. 밝은 조명아래에서 메인 무용수가 밀고 당기는 듯 사랑을 표현하는데
섹시한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무한 반복되는 듯한 리듬에 맞춰 사각의 제단을 빙 둘러선 무용수의

움직임이 탄생의 '제식'을 들러리하는 가운데, 남녀간 사랑의 절정을 비교적 직접적인 방식으로

묘사하면서 극적인 매듭을 짓는다.

 

테마 멜로디를 반복 변주하면서 음량이 점증하며 고조되는 라벨의 볼레로는, 뛰어난 색감의 뒷바침을

받으며 생동감 넘치는 무용수의 몸짓과 하나되어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기술적으로 잘 정련되고 조밀하게 엮인 안무가 한몫하고 있다. 
 
30년쯤된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에서 남성무용수들이 보여주던 박진감있는 느낌과는 달리
여성무용수가 중심이된 서울발레시어터 버젼의 '사랑과 탄생의 볼레로'는 여성성이 흠씬 묻어나는
분위기이므로, 사랑의 표현을 차라리 은유적으로 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한편, 의자를 소품으로 활용한 군무는 왠지 상투적이고 표현주제와 부합되지 않는 듯하여
어색한 느낌이 있었지만 중독성있는 멜로디에 동반하는 열정적이고 조직된 군무가 이를 커버했다. 

 

<Life is...>는 70여분간 오케스트라와 첼로 연주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독립된 공연물로 충분하다.
각 단원은 인생의 단면을 그리는 독자적인 주제와 그에 부합하는 검증된 음악을 사용하고 있어

따로 따로 감상해도 족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옴니버스식으로 네가지 삶의 이슈를 나누어 회화적으로 구성했으므로 공연 전체적으로 드라마같은

스토리나 발레 고유의 서정미까지 수용하고 있지 않지만 각 단원을 통해 담담하게 스케치하듯 인생의

단면을 서술해내고 있다.

  

안무가는 <Life is...>를 통해 인생은 'Movement'라고 말하려는 듯하다. 강박증이라도 걸린 듯 조밀하게

설계된 안무가 연기 전반을 컨트롤하는 가운데, 남녀무용수가 몸과 몸의 컴비네이션으로 그려내는

클래식한 인생의 풍경이 보인다.

  

귀에 익은 클래식 선율에 실린 건강한 무용수들의 몸짓은 삶의 다양한 이슈를 회화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하고 있다. <Life is...>는 첫 발레축제를 장식할만한 수작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대무용에서 미학적인 즐거움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요즘, 모호한 표현으로 빠질 수 있는 주제를
발레특유의 양식미에 잘 담아내어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을 즐겁게 했다.
 
사족 한가지.
일련의 연기가 마무리되면 잠시 정적이나 여운을 느낄 틈도 없이 찾아드는 요란한 박수와 환호성은
휴대폰의 불빛만큼이나 공연장의 공적이다.
말랑말랑해진 감성위에 찬물을 붓듯이, 일부 관객의 눈치없는 리액션은 민폐이며 밉상이 아닐 수 없다.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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