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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2 [리뷰] 창작, 그 고충을 헤아리며 -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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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만 진지한 공연, 이종필의 'Iron II' & 정미란의 'The Quasar'

 

[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창작이 이렇게 고생스러울지 몰랐다"


안무가 이종필, 그가 공연 후 무대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무형의 착상을 여러 전개과정을 거쳐 무대에서 구체적이고 세련된 움직임으로 구현한다는 것이
언뜻 생각해도 보통의 업무 강도를 훌쩍 넘어서는 일이라 생각된다.

 
자기 혼자 벌이고 마무리하는 일이라도 좌절 삼세판이 기본인데, 수십명의 스텝과 연기자를 조율,
짜임새를 갖추고 대중앞에 공개한다는게 말이 쉽지 어지간하면 난산에 빠지기 십상 아니겠는가.

  

6월19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소극장' 앞에 왜 '자유'를 붙였는지 모르지만 연기자 목덜미의 점까지 볼 수 있을만큼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연기자에겐) 썩 자유스럽지 않은 공간에 유망 안무가들의 작품이 올랐다.

 
팜플랫에 정리된 이들의 인적사항에 눈이 간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자.
작품 감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학교를 나와 어떤 작품을 만들었고 무슨 상을 받았다는
이력은, 은근히 그의 현재 작품도 (최소한) 과거에 필적할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인간사를 제철소의 용광로 속 쇳물로 표현해 봤다는 이종필의 'Iron II', 그리고 경이로운 우주의

소리와 빛과 에너지를 무용수의 움직임과 조명, 약간의 소품을 활용해서 표현해 봤다는 정미란의

'The Quasar'.  축제 조직위원회가 선정하여 지원한 안무가 8명 중 이들의 작품이 짝을 이뤄

먼저 무대에 올랐다.

  

몇걸음 내딛으면 반대쪽에 닿는 크기의 극장 객석 맨 앞에서 무대를 바라본다.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의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나는 바삭거리는 소리가 무대위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매 동작마다 개념과 양식미의 두 균형을 맞추면서 시퀀스로 엮는 것이 안무의 세부 작업이 되겠지만
인체의 컨트롤이나 기술적 움직임을 통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마임 요소나 소품을 가미해
전달력을 높이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두 작품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종필과 정미란. 이들은 적당한 경험과 아카데미 과정을 거쳤으므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벌일 수

있는 연령대이다. 두사람은 우연히 조를 이뤄 나란히 작품을 올렸겠지만 한쪽은 남성적인 움직임과

에너지가 강조되고 다른 한쪽은 여성성이 돋보인 작품인 탓에 의도적인 것처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올해 처음 닻을 올린 축제라해도 신진 안무가에게 이런 발표 무대가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니므로
작품을 준비한 그들의 부담도 예사스럽지 않았을 법하다.
  

별다른 무대장식이나 설비없이 몸을 도구삼아 가시화하는 그들의 작품 현장을 코앞에서 지켜보며

어느새 안무의도 같은 건 잊어 버린다. 물끄러미 움직임을 따라가며 시선을 옮기는 수용체만이

있을 뿐이다. 

 
처음의 분석적인 태도는 어느 틈에 증발되고 눈앞에 드러난 몸의 양식미, 유연한 중심 이동, 탄력적인

점프와 멋진 턴, 한순간 지나가는 포즈... 이렇게 생명을 느끼게 하는 동작에 취해 의미 탐색은 길을

잃는다. 감상은 개인적인 경험인 만큼 내 감흥에 솔직해지는 것이 우선이다. 

 

무용은 종합예술인 만큼 '작품'이란 관점에서는 충족시켜야 할 요소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적은 예산에 25분 구성으로 빌드된 작품을, 규모가 다른 작품에서 받은 인상과 비교해 평하는 것은

공평치 못하지만 그래도 한마디 남기자.

    

'Iron II'는 구성에 마임을 섞었지만 무슨 뜻인지 전달이 되지않아 오히려 짜임새를 방해했고,
'The Quasar'는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인지 군무에서 숙련도가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느꼈을 문제다.
좋았든 별로였든 공연예술인에게 과거는 갈채나 비판속에 박제해 놓아야 할 유산이다. 오늘 그가

새로이 구축하는 작업의 완성도, 공연의 질이 중요하며 이것이 그의 존재와 현재가치를 보장한다.

 
결국, 공연행위로 촉발되거나 파생되는 감동의 총합이 창작자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관객은 이를

느낌으로 공유한다. 움직일 수 있는 한 고민하고 창작하고 업데이트하라. 

 

어쨌거나 필자를 포함한 일반적인 관객은 무용수의 움직임과 양식미에 초점을 두고 공연을 지켜본다.
스킬이 좋은 무용수라면 당연 환영이지만 이번 공연처럼 진지함이 묻어나는 무용수도 큰 호감을 준다. 

 

대체로, 객석에 앉은 나는 행복한데 조명 속의 무용수, 무대 뒤의 안무가 그쪽도 행복한가요?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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