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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여울목'으로 잘 알려진 가수 한영애에게 '코뿔소'란 노래가 있다.

 

'이 험한 세상 오늘도 달려야 해 우리는 코뿔소. 

 자신의 모든 문제 스스로 헤쳐서 밀고 가야 해.
 코뿔소는 누울 수가 없어 한번 누워버리면 다시 일어설 수가 없어.
 넘어지면 안돼, 아무도 일으켜주질 않아. 이 세상 모두가 남남남...'

 

이태상 프로젝트에서 착상한 <코뿔소>와는 좀 다른 이미지를 그리고 있지만 예술인에게 코뿔소는 남다른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자 거대한 존재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런 대학로에 <코뿔소>가 다시 나타났다. '부조리극의 대부' 외젠 이오네스코의 동명 원작을 현대 무용으로

재해석한 이태상 댄스 프로젝트의 <코뿔소>가 2월 25일~2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을 다시

찾은 것. 2009년 초연, 2010년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초청공연에 이어 올해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우수 레퍼토리 시리즈로 선정되면서 마련된 재공연 무대다.
  
남녀 무용수 6명의 신체 에너지를 통해 수축과 이완, 움직임과 정지가 다양한 조합을 이루며 시각적인

조형미를 이루는 가운데 점증하는 분노와 일탈의 기초를 쌓아 나간다. 가까이 하면 멀어지고 집단에 편입된

듯하나 이내 일탈을 일삼는 장면은 너와 내게 내재해 있는 욕망의 표상이다.
   
이태상의 <코뿔소>는 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가 원전이라지만 그 이미지를 투사하는 작업에 머물고

있지 않다. 가까운 본질은 외면한 채, 소셜이다 네트웍이다해서 공허한 외연만 넓히려는 도시 속 삶의

정서적 공백을 그만의 재해석으로 채우려는 것 같다.


현대적인 색감의 조명 속에 간결한 무대장치, 많지도 적지도 않은 등장 인물은 공연에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피해갈 수 없는 사회적 요소인 외로움과 번민, 사랑과 욕망, 질서와 폭력성, 이런 혼재된

상황을 위태롭게 다스리면서 앞으로 달려야만 하는 일상을 표현하는데... 고가 무대에서 눈부신 의상으로

등장한 남녀 듀엣이 한동안 정감어린 연기를 선보이다가 느닷없이 여자가 추락해버리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무대공간에서 <코뿔소>를 구상화하는 남자 셋, 여자 셋은 고도로 훈련된 도시의 전사같다.
시종 무표정한 가운데 질서와 정돈의 이면에 내재한 어긋남과 비대칭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 간다.

 
무용도 진전되는 스토리를 갖지 않으면 자칫 지루한 움직임의 나열이 되기 십상이지만 이태상이 안무한

<코뿔소>에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고 거침없는 감정 표출의 반전 때문에 얼차려 받은 객석의 눈길은

무대 곳곳을 쫓기에 바쁘다. 
 
과거 우주의 에너지가 응집에 응집을 거듭하다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생명 창조가 일어났듯이 6명의

무용수가 한시간 가까운 움직임으로 집적해온 에너지(혹은 분노)가 순식간에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동안 구축한 안전망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듯한 해체의 결말은 뜻밖의 무게감으로 객석을 짓누른다. 
또 다른 시작과 맞닿기 위한 자기 파괴로 간주하고 싶은 것은 필자만의 희망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밤의 분노를 애써 뒤로 한 채, 날이 밝으면 인간의 오늘을 멈출 수 없기에 또다시
홀로 달려야하는 삶의 모습이 페이드아웃된다. 

 

한편, 어지러운 장면 속에서 카메오인양 예쁜 모자를 쓴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그래, 이렇게 소란스런 세상이라도 다른 편의 삶에겐 자전거 링소리 정도의 부담으로 지나칠 거리에
불과한 것이지. 그 링소리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숨 걸고 싸우는 총격전이 옆에서 벌어진다해도 안전을 보장받은 부조리 속 나에겐 그저 흥미로운

구경거리 아니겠는가. 그 쪽 세상 어찌 흘러가든 내겐 상관없어 강건너 불구경일 뿐이지...  바로 이런

설정이 <코뿔소>의 부조리를 재구성하는 이태상의 방식일까.  무대위의 예술혼이 아무리 치열하고

의식이 날아다닌다한들 객석을 지켜줘야 할 대중은 대수로워하지 않고 가벼움만 쫓는 현실을 소녀를 통해

대입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공연끝 무렵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해버린 무대 위에 무용수들이 부시시 일어나 인사를 하지만
감정 몰입의 끈이 쉽게 풀리지 않는 듯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다. 이들은 섬세한 동작의 고리를 잃지 않고

서로에게 약속한 호흡을 끝까지 맞춰 나갔다. 탁월한 연기에는 기술과 체력의 뒷받침이 필수다.

볼살이 쏙 들어갈 정도의 인내와 연마 과정 없이는 남다름으로 주목을 받을 수 없는 법.

이들 6인(최혜경, 이영찬, 변소연, 임진호, 지경민, 이지선)의 연기는 공연 시작부터 남달랐고 내내 관객을

리드했다.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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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부조리극의 대부' 외젠 이오네스코의 동명 원작을 현대 무용으로 재해석한

이태상 댄스 프로젝트의 <코뿔소>가 2월 25일~2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국내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2009년 초연, 2010년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초청공연에 이어 올해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우수 레퍼토리 시리즈로

선정되면서 마련된 재공연 무대다. 이태상 댄스 프로젝트의 <코뿔소>는 2008년 서울문화재단의 젊은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인 '나트(NArT: New Artist Trend)'의 최종 선정작으로 뽑혀 이듬해 3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지난해 7월에는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에서 주최하는 '더 스튜디오즈(The Studios)'

시리즈에 공식 초청 받아 일반 관객은 물론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더 스튜디오즈'는 현대음악부터 무용, 실험극 등 에스플러네이드가 선별한 최첨단 복합 장르의 예술 작품들이

선보이는 시리즈 공연이다. 평범한 일상, 갑작스러운 코뿔소의 등장에 동요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막을 올리는
이오네스코의 원작은, 광기와 폭력으로 난무했던 나치즘에 대한 비판을 뛰어 넘어 오늘날의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독재적이고 폭력적인 집단 이데올로기 전체를 고발하고 있다. 점점 코뿔소로 변해가는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의

집단 이데올로기 앞에서 굴복하고 결국 이를 맹목적으로 찬양하게 되는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이자, 상실된

인간성의 표본이다.

 

이태상은 2008년 서울의 한 버스터미널 앞에서 큰 소리로 싸우고 있던 사람들을 보며 코뿔소의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말한다.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미 코뿔소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이오네스코가 그린 코뿔소의 세계는 그렇게 이태상의 몸 언어로 재탄생 했다.

  

무용으로 재해석된 <코뿔소>는 연극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원작에 접근한다.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는 대신,

움직임의 '응집과 해체'적 방법을 통해 원작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부조리한 느낌을 살렸다. 무대 왼쪽 공중에

매달린 플랫폼과 종이로 맊든 가로등 등 미니멀한 무대 장치는 어어부 밴드 장영규의 강렬한 음악과 더불어

작품의 긴장감을 더했다.

 

무대 위 그 어디에도 코뿔소의 모습은 없지만, 관객은 바로 가까이에서 코뿔소를 느낄 수 있다.
지난 싱가포르 공연에서 <코뿔소>는 스트레이츠 타임즈로부터 “조용함 속의 뜨거운 열정과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함......관객을 몰입시키는 최면적이고 강력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싱가포르 프로듀서 네오 킴 셍은

“놀라운 스피드와 뛰어난 테크닉은 다른 작품들과 충분히 차별화” 된다면서 “예술가로서 이태상 개인의

고뇌가 담겨있는 작품”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 개요]


이태상 댄스 프로젝트 <코뿔소>
LEE Tae-sang Dance Project <Rhinoceros>

 

일시: 2011년 2월 25일 8시 │ 26일 6시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티켓가격: R 30,000  S 20,000  A 10,000
문의: ㈜애스플랜 02-3216-1185

 

안무 이태상│음악 장영규│무대디자인 김종석│조명디자인 류백희│
출연 최혜경, 이영찬, 변소연, 임진호, 지경민, 이지선│
주최 한국공연예술센터, 이태상 댄스 프로젝트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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