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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아름다운 인연>은 남아 선호 사상에 의해 수많은 태아가 성감별로 낙태되는

사회 현상을 소재로 했다. 이 연극이 초연된 2001년 무렵만 해도 남아 선호가 지배적인 사회 현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년 지난 요즘은 이런 인식이 많이 변했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안녕과 즐거운 삶이 중시되는

풍조에서 남아를 통해 대를 잇도록 해야한다는 전통적 의식은 무슨 '깨는 소리' 쯤으로 치부되지 않을런지.
  
평상시엔 흘려 들어 기억도 못하는 낙태 문제가 극중 대사를 통해 귀에 들어와 박힌다. 출산율은 세계 꼴찌 수준이고

낙태아는 연 34만명 정도라는데 실제로는 매년 청주시 인구만한 태아가 사라진다는게 정말?

청주 인구는 60만명 정도인데 말대로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살육이 벌어지고 있는 셈. 이 생명만 제대로 보존해도

미래 인구감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노숙자 신세가 된 삼신할매가 보인다. 인간이 삼신할매가 할 일을 다해버리니 열받아 아들딸 점지의 본업을 버리고

세상으로 나왔다는데...  그리고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인연이 맺어지는 것이라해서 '미연'이라

이름했다지만 실상 미연이는 딸이라는 이유로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해 어둠 속을 헤매며 복수를 해대는 낙태귀로

관객을 맞는다. 

 

<아름다운 인연>은 이렇게 인간이 빚어낸 부조리 때문에 제 위상을 잃고 세상 언저리로 던져진 삼신할매와 미연,
여기에 황씨 가문의 아들 얻기 프로젝트에 단골 주치무당인 홍장군이 개입하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해프닝을 그린다. 풍자와 해학을 버무려서 보는 재미를 살렸고 생명과 인연의 소중함에 대한 약간의 메세지도 남기고

있다.

  

감정 과다로 질퍽거리는 설정이 없고 장면 전환도 빠른 편이다. 담백한 진행으로 지루할 틈을 만들지 않는다.
모친역의 원미원이 자연스러운 연기로 황씨 가족의 중심을 잡고 있고 저승사자역의 김재건이 익살을 이끈다.

청춘 아이돌 부럽지 않을만큼 요즘 잘 나가는 중견배우 김갑수가 홍장군 역을 맡았다.

 

스타로 부각되기 위해선 미디어 노출이 필수라 하지만 연기자가 연기력없이 이미지로만 뜨는 경우는 없다.

사람이 기량의 탁월함을 드러내며 각광을 받기까지 일만 시간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한다. 기간으로는 대략

10년 정도. 단단한 각오없이는 한우물 파기 힘든 시간이다.  

 

김갑수 그도 일만 시간의 연기 공력을 쌓은 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잠시 뜸한 듯 하다가 최근 TV에 빈번하게

등장하며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는 '중년돌'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친화성까지 갖추고 있다.
미니홈피에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에다가 바이크, 츄리닝과 같은 대중적 접근방식을 더해 팬과의 교감을 넓혀가고

있다. 문화적 영향력이란, '연기'라는 고유활동에 더해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이해와 공감을 일구는

프렌들리한 이에게 크게 열리는 법 아니겠는가.

 

이번 공연에는 연극배우인 아내 현금숙이 삼신할매역으로, 딸인 김아리가 낙태귀인 미연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김갑수는 '극단 배우세상'의 대표이기도 하다. 가족 모두 연극배우라면 그들의 정신적 주거지는 무대위가 틀림없을

것이다. 생활의 운영이란 것이 무대위에 나서는 순간에 맞추어 움직여질테니 말이다. 직업적인 쏠림에 따른 단점도

있겠지만 남다른 효율성으로 인한 잇점이 훨씬 크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무대이다보니 홍장군이 흔드는 요령소리에 가려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일부 구간이 있다.
하지만 김갑수는 확실한 존재감으로 각 장면마다 안정감을 이끈다. 은근히 웃기는 설정도 군데군데 발견된다.

 

예술은 미적인 표현 활동이다. 표현력은 관객이 배우에 익숙해져서 스타일을 이미 꿰뚫고 있을 때 극대화된다.
이미 절반이상의 공감을 형성한 채 연기 상황에서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기에는 작은 변화나 실수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불안정성도 내재한다. 물론 배우입장에서의 리스크다.
  
공연전 홍보담당자가 이번 공연이 대관료나 빠질 지 모르겠다는 걱정 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대학로에서 위상높은

아르코 예술극장이라지만 지하에 위치한 소극장은 80석 남짓한 작은 규모이므로 어지간해선 수익내기 힘들 것 같다.
<아름다운 인연>은 출연자가 22명에 이르고 스텝까지 합하면 30명 정도. 장기공연으로 가다간 오히려 적자가

누적될 수도 있다. 2월16일부터 13일간 총 15 차례 공연되므로 회당 80명이 입장(전회 매진의 경우)한다고 보면

총 1,200명이고 좌석당 25,000원 균일가이니 모두 유료관객이라 칠 때 공연수입은 3,000만원이 전부.

 
이것으로 홍보, 설비, 대관, 배우와 스텝의 인건비 등을 충당해야 한다. 공연수입만으론 입에 풀칠하기조차 버거운

민간 극단의 결산서를 추정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 공연 예술을 사랑하는 후원자가 많아져야 무대 밖에서의

연기자 고충을 줄일 수 있을 터.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연극밖에 모르는 연출가와 배우들의 끝없는 연극사랑은

극단 배우세상의 에너지와 더불어 넘치는 활력으로 소극장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첫 인상이 오래 기억에 남듯이 극의 시작도 강한 이미지를 심는 법. 남아 선호에 의해 부족해진 여자의 자리를

시사하려는지 황씨가문의 1남 12녀를 연기할 여자 배우가 부족하다해서 그 역할 일부를 관람하러온 여자관객에게

부탁하며 극의 문을 연다. 관객이 극에 참여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시도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인연>은 여성 부족의

사회 현상을 빗대어 다수의 여성 관객을 참여로 이끄는 거부할 수 없는 소통을 연출해냈다.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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