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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녹차정원>, 영재의 상상 장면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삶의 조건에 관한 이야기, 가족의 가치를 뛰어난 연기로 그려

 

[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당신과 함께 우리집 마당을 걷고 싶었어..."

 

주인공인 영재가 원나잇 스탠드같은 사랑의 순간을 경험한 후 상대방의 여성스러움에 마음이 빠져
상상 속 독백을 한다.

 
잘 생기고 고상한 이들의 럭셔리한 사랑이든, 평범한 이들의 소박한 사랑이든, 이루지 못할 사랑에

매달리는 인간의 뒷모습은 애처롭다.


7월 마지막주 대학로의 배우세상 소극장을 찾았다. <녹차정원>의 앵콜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자 딱 우리집으로 옮겨놓고 싶은 크기의 마루와 녹차나무가 서있는 화단이 보인다.
전원일기 김회장네 집을 한번 보수했나 싶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아늑한 느낌을 주는 주택 한채가
연극의 근거지다. 객석과 무대가 너무 가까운 탓에, 녹차 마당에서 잠시 가족간에 벌어지는 갈등이

고스란히 나에게 스트레스로 전해져 온다.
  
텁텁하지만 깊은 맛이 우러나고, 친해지면 나름 중독성 있는 녹차처럼 <녹차정원>은 전원일기

스타일의 담백하고 잔잔한 홈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없으면 견뎌내기 힘든

연극 시장이지만 꾹 참고 튀기를 거부한듯 <녹차정원>은 관객의 웃음을 유인하는 코믹이나

서프라이즈류의 설정을 배제하고 있다.
  
애인 하루와 사이좋게 지내는 다롱이는 낙천적인 성격이다. 사분사분한 태도로 집 분위기를 밝히는

다롱이는 형인 영재를 즐겁게 할 만한 일을 찾다가 첫 여자 소개에 나서게 된다. 영재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압박을 받는 아버지 역할은 문영수가 두터운 연기내공으로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어머니역에는 익숙한 얼굴의 김성근이 원숙한 연기로 리얼리티를 살려 인공적인 가족이란 느낌을

전혀 풍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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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녹차정원>, 다롱과 하루 

 
김용민의 뇌성마비 장애인(영재 역) 연기가 발군이다. 그는 이미 극중 주인공의 정서를 머금고 사는 듯

연기 후 포토타임에 나와서도 약간 울적한 표정이다. 공연기간 내내 장애인으로 사는 셈이기도 하므로

역할 마인드를 벗어나기 힘들 터.

 
그는 영재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한달동안 중증 뇌병변 친구와 합숙을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그의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지켜보며 대학로 연극의 에너지와 저력을 확인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한 영재가 극 후반에 상상속에서 느낌있는

대사를 집중 방출한다. 극의 흐름상 영재의 교제 과정은 자세한 묘사를 건너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감정 표현이 (상상 부분에서) 몰려 나오기 때문에 갑작스럽다는 인상을 받는다.

 

즉, 영재가 여자를 만나러 나서는 순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템포가 그 앞 단계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는 감이 있다. 아버지가 녹차정원을 바라보며 회상하는 장면에서 '어~ 벌써 엔딩이구나' 싶을

만큼 급한 속도감을 보여준다.

 

한편 영재의 이성에 대한 갈증을, 포르노 영상에 집착하는 표면적인 묘사에 그치지말고 다른 수단

(한번 더 상상 장면을 삽입한다든가)으로 내면을 서술해주는 시도가 있었다면 뒤쪽 상상 장면의

속도감을 완충해 주었을 법하다.

  
연극이 끝난 후 건물을 나선다. 평범한 일상일지언정 건강한 몸으로 산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솜털같이 많은 삶의 추억을 같이 쌓아 온 가족, 그 하나하나 구성원은 또 얼마나 소중한 건지...
타성에 젖어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삶의 기본적인 조건들에 대해 <녹차정원>은 잔잔하게 일깨워준다.
 
배우세상은 풀뿌리 연극단의 기질을 가진 것 같다. 배우 중심의 연극을 추구하다보면 수익보다는

'작품성'에 신경을 더 쓰기 마련이다. '개념 배우'는 수입에 앞서 캐리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법이니까.
삶의 본질을 희극으로 왜곡하지 말자는, 정직한 연극을 제작하고 무대에 올리는 당당한 삶 그 자체를

가치있게 여기는 듯한 배우세상이다. 이런 정신이 눈부신 팀웍과 리얼한 연기를 쌓아 올려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들은, 비록 흥행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소재의 연극이지만 2011 여름의 유별난 폭우와 더위에 맞서

정석에 충실한, 떳떳한 연기인생을 구가하고 있다.


 

<공연개요>


 공 연 명 : <녹차정원>
 날    짜  :  2011년 7월 7일(목) ~ 8월 8일(월)  화요일 공연없음. 
 시    간  :  평일 8시/ 토요일, 공휴일 4시, 7시30분 / 일요일 4시          
 관 람 료 :  일반 20,000원(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50%) /
                학생 및 청소년 15,000원 / 월요공연 10,000원
 관람연령:  만 10세 이상
 장    소  :  배우세상 소극장
 공연문의:  배우세상 소극장 02) 743-2274
 주    최  :  극단 배우세상
 협    찬  :  제주 오렌지, (주)더스킨하우스,  UIL cop.
 제    작  :  김갑수
 연    출  :  강영걸 

 작    가  :  이시원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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