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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거창한 꿈을 가졌던 건 아니야,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며 정진했을 뿐'

'관객과 교감하며 빙판위에 쓴 한여름밤 연아의 드라마'

 

[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공연 마지막날. 이날도 관객으로 꽉 들어찬 공연장.

특설 링크에 고음질 사운드, 빙질도 좋아보였다. 첫날엔 VIP석 쪽의 빙질이 물러져서 몇몇 선수의

실수가 있었는데 수정한 듯 했다. 관객의 반응도 첫날보다 뜨겁다.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파워풀한 스텝과 점프를 선보인 브라이언 쥬베르는 연기를 마친 후 고무된 듯 관객에게

셔츠를 선물한다.

  

김연아 선수는 1부 '타이스의 명상곡'에서 특유의 우아한 연기를, 2부 '불릿프루프'에서 다채롭고

리듬감 넘치는 안무를 실수없이 선보였다. 관객은 약속이나 한 듯 기립박수, 쏱아지는 환호.

  

공연후 기자회견장에 김연아,미셸 콴,스테판 랑비엘,곽민정,김해진 선수가 나왔다.

조금 전의 공연 열기가 식지 않은 듯 상기된 얼굴들. 한마디씩 전해주는 소감은 이번 공연이 시종

열띤 분위기에 무척 즐거운 공연이었다고.

 

흥에 겨운 듯 랑비엘이 콴의 이마에 뽀뽀한다. 그는 "마지막날 공연에 다소 실수가 있었지만

관객의 성원과 열광적인 분위기에 고무되어 열심히 했다" 고 소감을 전한다. 그의 토네이도같은

스핀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압도적이었다. 

 

이번 아이스쇼는 김연아 선수가 직접 차린 올댓스포츠의 첫 기획 작품. 넓고 쾌적한 실내에서 선수와

관객간의 뜨거운 열기가 분출되며 올림픽 뒷풀이로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행사였다. 매니지먼트사의

마케팅 능력이 이벤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 아이스쇼는 외적인 조건과 상관없이

'김연아'라는 명품을 보기위해 관객이 모여든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처음엔 우려가 있었다. 공연/전시도 많고 관심이 분산되는 7월 휴가시즌인데다가 서울 외곽에서

열린다는 점, 전례없이 큰 규모(회당 일만석, 총 4회 공연)를 신생 매니지먼트사에서 준비한다는

때문에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이를 의식한 듯 주최자는 더욱 짜임새있는 준비와 진행에

정성을 기울였고 공연에 적합하도록 마련한 시설과 음향에 더해 첨단 기술을 동원한 다채로운

볼거리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연아 선수의 경쟁력은 연기할 때 드러나는 우아한 라인, 음악적인 감성, 매끄러운 스케이팅과

스케일 큰 점프 그리고 겸손하고 소탈한 태도로 요약된다. 이에 숙녀로 성장하면서 아름다운

외모까지 더해져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만한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80% 이상이 여성

관객으로 헤아려질 만큼 여성이 여성에게 이렇듯 아낌없는 사랑을 쏱는 경우는 예를 찾기 힘들다.

   

그녀는 아이스쇼 이후 특별한 일정을 잡은 바 없으며 29일 캐나다로 돌아가 내년 3월에 있을

세계선수권 대회 준비를 시작한다고 한다. 프로그램 준비에 3~4개월 걸린다는 점, 10월부터

시즌 접어들면 ISU주관대회 이외엔 다른 행사 개최나 참가가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반년 정도는 국내에서 보기 힘들 듯하다. 그러나 꽤 긴 기간인 만큼 기분전환 차원에서 한차례

국내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시즌중에는 대회 출전, 비시즌에는 두차례의 아이스쇼 패턴에

익숙해진 팬들은 처음 겪는 긴 공백기에 적응해야하는 숙제를 갖게 됐다.

 

그동안 성과가 말해주듯 전략적 선택의 탁월함을 보여온 김연아 드림팀. 이번 시즌 월드에만

집중하겠다는 이면에는 숙고한 흔적이 엿보인다. 경기 감각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지난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2개월만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며 명연기를 펼친 것을 보면 빈번한 경기출장이 중요한 건 아니다.

  

이미 수많은 경기로 경기적응에 베테랑인 김연아 선수에겐 체력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

적수가 없는게 현실이다. 다음 시즌 프로그램은 무엇이 될까, 내년 3월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이

또 다른 꿈의 시작은 아닐까, 이러한 궁금증과 함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마지막 공연과 기자회견이 끝난지 1시간쯤 지난 밤 10시경. 수십명의 팬이 사다리앞에

줄지어서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부들이 천정에 매달려있던 김연아 선수의 배너를

떼어내기 시작하자 이를 얻어가려고 모여든 것. 사다리를 저쪽으로 옮기면 쪼르르 따라가는

모습이 애틋한 팬심을 보여준다. 전리품을 얻은 팬은 '계'를 탄 듯 밝은 얼굴로 경쾌한 발걸음을

옮긴다. 행사장에 있던 배너는 한장도 버림없이 전국 곳곳의 보금자리로 옮겨져 수명을

이어가게 될 터.

 

2010년 7월, 일산의 킨텍스에서 사흘간 열정으로 달궈졌던 여름밤은 꿈같은 추억으로 남았다.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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