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ray

<블랙박스> 데자뷔 중에서 . . . . . 국립현대무용단

 

저렴한 관람 가격과 대중성 확보, 현대무용의 벽을 깨는 시도 돋보여 
 
[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국립현대무용단(이사장 김화숙)이 창단 첫해부터 이례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창단 공연작인 <블랙박스> 3회 공연이 전석 유료 매진된 것. <블랙박스>는 '데자뷔', '달보는 개', '아큐' 등

홍승엽 예술감독의 과거 주요 작품 8편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지난 해 8월,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며 창단한 국립현대무용단은 오는 1월29,30일 양일간(총 3회)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블랙박스>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무용단은 프로젝트 방식의 비상근 단원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공연에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3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엄선된 무용수들은 지난 4개월간 강도 높은 트레이닝과 작품연습을 통해 기량을
연마해 왔다. 이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무용의 대중적 접근을 지향하는 홍승엽 감독의
칼러로 인해 그간 거리를 두고 있던 일반 관객의 관심까지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공연 전날인 28일 오후, <블랙박스>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약 30분간의 1부 공연 리허설에 이어 홍승엽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블랙박스>가 대중적 접근성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안이한 태도로는 함의를

낚아채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말이 없는' 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왠지 편안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자신감 넘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 그 속의 생동감, 은근한 메세지, 미학적인 무대 설정과 다양한
구성의 시퀀스는 알듯 모를 듯한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비즈니스 계에서 '통 큰' 시리즈가 유행하고 있지만 예술계에서도 '통 큰' 공연이 개점한 느낌이다.
저렴한 티켓 가격, 무용으로써는 초장편인 2시간여의 다채로운 무대, 오디션으로 엄선된 무용수들의 기량,
관객의 접근을 고려한 작품 연출 등 그간 단점으로 지적되던 현대무용의 벽을 한꺼번에 허물려는 듯한

시도를 국립현대무용단이 벌이고 있다.
   
1회를 추가했다고 하지만 이번 공연은 3회(1월29일 오후 2시, 7시, 30일 오후 3시)에 불과하다. 
만약 티켓을 못 구한 분이 있더라도 실망하지 마시길. (아직 예정은 없으나) 이번 공연 후 금년 중 별도 공연이
계획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한번에 그치기엔 지나치게 값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의 지휘자, 홍승엽 예술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 이번 작품을 어떻게 준비해 왔는가
> 국립현대무용단은 국민을 향해 달려간다는 입장에 서있다. 많은 안무가들이 자기 철학에만 묶여서
(작품)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니 관객으로써는 다가가기 힘든 면이 있었다. 블랙박스는 이를 극복하자는

입장에서 과거 제 작품 중에서 시각적이면서도 역동성이 뛰어난 것들을 발췌해서 새롭게 이음새를 만들며
큰 작품으로 만들어 봤다.  무용을 처음보는 분도 2시간의 공연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대무용을 어떻게 보면 되는가

> 순수예술은 모두 어렵고 언어적인 논리로 풀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말 또는 글로 풀어내기 어려운 걸

표현하는 것이 창작무용인데 이걸 다시 언어로 풀어서 설명해 달라면 참 난감하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언어적인 논리가 배제된 예술 분야는, 얼마나 나와 공감을 이루는지 마음을 열고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프로젝트 운영방식은 어떤 장점이 있는가

> 창작에 있어서 구심점이 안무가이다. 많은 안무가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현대무용단이 수십명의 정단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 보다는 안무가가 다양한 창작물을 원하는 대로
창작할 수 있도록 그때그때 안무가 위주로 오디션 해서 새롭게 무용수를 선발하는 방식이 맞을 것이라 본다.

 
큰 가닥은 그렇게 풀어가려 한다. 내 경우도 이렇게 많은 출연자 동원은 처음이다. 보통은 10~13명이었는데

이번에 23명이 출연하고 있다. 향후 작품에서도 15명이 넘어가진 않을 거다. 아마 다른 현대무용 안무가도

내 입장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
  
우리 무용단은 스케일이 큰 작품에 많은 무용수가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시도를 할 수 있는

중소 규모의 프로젝트를 많이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 23명이지만 이것이 정착되어 2~3년 후에 동시다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어떤 시즌에는 200명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23명의 무용수가 안무가 베이스 캠프에 들어가 있고, 준비 중인 다음 작품의 출연자가 15명이다.

그 외에 연수단원으로 지방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단원이 15명 더 있는데 그렇게 되다보니 지금 두개의

프로젝트만 해도 50명 넘는 규모가 된다.  제 입장에서는 시즌에 4~5개 이상 프로젝트가 동시 가동되는 걸

바라고 있다. 
 
<블랙박스>에 어떤 상징들을 담고 있는가
> 작품 만들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중의 하나는 무용수, 관객 그리고 극장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기운이

어떤 흐름을 타는가 하는 것이다. 주제라는 틀이 있긴 하지만 이번 <블랙박스>의 경우엔 주제의 틀이

무한대다. '내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 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여지껏 해오던 작품들을 모으다보니 그 폭이

무척 넓다.

 
이 레파토리의 전체 시간은 500~600분이다. 그걸 발췌해서 120분으로 압축한 이번 공연이 어떻게

리드미컬하게 가도록 하느냐가 제 숙제였고 이게 하나의 작품처럼 꿰어질 수 있게끔 (엉뚱하게 흩어지지

않도록) 출연하는 무용수라든가 장면 설정 등 장치를 많이 했다. 각 장면은 원래 고유 작품에 있던

것이긴해도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의미보다는 감성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 <블랙박스>는 무슨 뜻으로 사용했나
> 극장구조 자체가 블랙박스다. 나에게는 극장이 마술공간과도 같다. 아주 특별한 공간... 여기서 생기는

일들이 사람마음 속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건지 잘 모른다. 그런 면에서 극장을 가리키는 블랙박스,

기록장치라는 의미의 블랙박스 그리고 제 마음의 창작공간, 그 창작된 작품을 쟁겨두는 창고로써

그런 걸 전부 블랙박스라는 말로 수렴시켜 봤다.

 

세번의 공연이 매진되어 화제다. 앞으로도 작품 창작에서 대중성에 신경을 쓸 건가
> 제가 본격적으로 안무한 것은 1994년부터다. 그 후 '달보는 개'라는 작품이 1999년 나오기까지
5년정도 내 고집만 부렸다. 그런 과정에서 관객들이 원하는게 뭔가라는 고민을 하다가 관객과 제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달보는 개' 이후 나오는 작품부터는 관객과 함께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많은 관객에게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가

여러가지 이유로 어려웠다.

 
이번 공연의 전회 매진은 홍보나 전략적인 뒷바침의 덕분이다. 만원이라는 부담없는 가격도 원인이
됐을 것이다. 기회만 됐다면 더 오래 공연하고 싶었지만 극장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대중성 확보에 대해

노력한지 10년도 더 된 일이기 때문에 제가 있는 동안에는 (대중성이라는 요소가) 작품의 중요한 가닥이

될 것이다.

 

티켓 만원 판매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인지
> 이번 건은 국립현대무용단으로써는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선물같은 것이다. (저렴한 관람료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알고 있다. 민간단체라면 제작비,홍보비 등 감안할 때 생각하기 힘든 가격이다.

우리 무용단도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긴 하지만 국립단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민간단체와는 달리

그렇게 해야만 하는 입장도 있으므로 앞으로 티켓 가격조정을 한다해도 2만원선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rray 

 ▲ 인터뷰 중인 홍승엽 예술감독 . . . . . 국립현대무용단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