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대학로 예술극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26 [리뷰] 조금 더 '부조리'한 2011 <코뿔소> - 이태상 댄스 프로젝트

Array  

 

[아이스뉴스(ICENEWS)=최진목 기자] '여울목'으로 잘 알려진 가수 한영애에게 '코뿔소'란 노래가 있다.

 

'이 험한 세상 오늘도 달려야 해 우리는 코뿔소. 

 자신의 모든 문제 스스로 헤쳐서 밀고 가야 해.
 코뿔소는 누울 수가 없어 한번 누워버리면 다시 일어설 수가 없어.
 넘어지면 안돼, 아무도 일으켜주질 않아. 이 세상 모두가 남남남...'

 

이태상 프로젝트에서 착상한 <코뿔소>와는 좀 다른 이미지를 그리고 있지만 예술인에게 코뿔소는 남다른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자 거대한 존재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런 대학로에 <코뿔소>가 다시 나타났다. '부조리극의 대부' 외젠 이오네스코의 동명 원작을 현대 무용으로

재해석한 이태상 댄스 프로젝트의 <코뿔소>가 2월 25일~2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을 다시

찾은 것. 2009년 초연, 2010년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초청공연에 이어 올해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우수 레퍼토리 시리즈로 선정되면서 마련된 재공연 무대다.
  
남녀 무용수 6명의 신체 에너지를 통해 수축과 이완, 움직임과 정지가 다양한 조합을 이루며 시각적인

조형미를 이루는 가운데 점증하는 분노와 일탈의 기초를 쌓아 나간다. 가까이 하면 멀어지고 집단에 편입된

듯하나 이내 일탈을 일삼는 장면은 너와 내게 내재해 있는 욕망의 표상이다.
   
이태상의 <코뿔소>는 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가 원전이라지만 그 이미지를 투사하는 작업에 머물고

있지 않다. 가까운 본질은 외면한 채, 소셜이다 네트웍이다해서 공허한 외연만 넓히려는 도시 속 삶의

정서적 공백을 그만의 재해석으로 채우려는 것 같다.


현대적인 색감의 조명 속에 간결한 무대장치, 많지도 적지도 않은 등장 인물은 공연에 집중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피해갈 수 없는 사회적 요소인 외로움과 번민, 사랑과 욕망, 질서와 폭력성, 이런 혼재된

상황을 위태롭게 다스리면서 앞으로 달려야만 하는 일상을 표현하는데... 고가 무대에서 눈부신 의상으로

등장한 남녀 듀엣이 한동안 정감어린 연기를 선보이다가 느닷없이 여자가 추락해버리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무대공간에서 <코뿔소>를 구상화하는 남자 셋, 여자 셋은 고도로 훈련된 도시의 전사같다.
시종 무표정한 가운데 질서와 정돈의 이면에 내재한 어긋남과 비대칭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 간다.

 
무용도 진전되는 스토리를 갖지 않으면 자칫 지루한 움직임의 나열이 되기 십상이지만 이태상이 안무한

<코뿔소>에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고 거침없는 감정 표출의 반전 때문에 얼차려 받은 객석의 눈길은

무대 곳곳을 쫓기에 바쁘다. 
 
과거 우주의 에너지가 응집에 응집을 거듭하다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생명 창조가 일어났듯이 6명의

무용수가 한시간 가까운 움직임으로 집적해온 에너지(혹은 분노)가 순식간에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동안 구축한 안전망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듯한 해체의 결말은 뜻밖의 무게감으로 객석을 짓누른다. 
또 다른 시작과 맞닿기 위한 자기 파괴로 간주하고 싶은 것은 필자만의 희망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밤의 분노를 애써 뒤로 한 채, 날이 밝으면 인간의 오늘을 멈출 수 없기에 또다시
홀로 달려야하는 삶의 모습이 페이드아웃된다. 

 

한편, 어지러운 장면 속에서 카메오인양 예쁜 모자를 쓴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그래, 이렇게 소란스런 세상이라도 다른 편의 삶에겐 자전거 링소리 정도의 부담으로 지나칠 거리에
불과한 것이지. 그 링소리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숨 걸고 싸우는 총격전이 옆에서 벌어진다해도 안전을 보장받은 부조리 속 나에겐 그저 흥미로운

구경거리 아니겠는가. 그 쪽 세상 어찌 흘러가든 내겐 상관없어 강건너 불구경일 뿐이지...  바로 이런

설정이 <코뿔소>의 부조리를 재구성하는 이태상의 방식일까.  무대위의 예술혼이 아무리 치열하고

의식이 날아다닌다한들 객석을 지켜줘야 할 대중은 대수로워하지 않고 가벼움만 쫓는 현실을 소녀를 통해

대입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공연끝 무렵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해버린 무대 위에 무용수들이 부시시 일어나 인사를 하지만
감정 몰입의 끈이 쉽게 풀리지 않는 듯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다. 이들은 섬세한 동작의 고리를 잃지 않고

서로에게 약속한 호흡을 끝까지 맞춰 나갔다. 탁월한 연기에는 기술과 체력의 뒷받침이 필수다.

볼살이 쏙 들어갈 정도의 인내와 연마 과정 없이는 남다름으로 주목을 받을 수 없는 법.

이들 6인(최혜경, 이영찬, 변소연, 임진호, 지경민, 이지선)의 연기는 공연 시작부터 남달랐고 내내 관객을

리드했다.

    

 

아이스뉴스=최진목 기자(realtree99@hanmail.net)  [Copyright ICE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rray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