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3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는 대한민국 남녀 대표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대회였다. 여자부에선 예상대로 엘리스 크리스티가 초강세를 보이며 영국 선수로는 사상 첫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한데 반해 남자부에선 대한민국의 서이라(화성시청)가 예상을 깨고 대한민국 선수로서는 4년 만에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정교해진 폭주 기관차, 엘리스 크리스티. 최민정의 3연패를 가로막다

 

대회 전부터 엘리스 크리스티의 강세는 예상했던 바였으나 그 바람은 예상보다 거셌다. 예전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서 번번이 실격을 당했던 엘리스 크리스티는 타고난 스피드와 체력에 완급 조절과 정교한 인코스 추월 기술까지 더해 완전체로 거듭 났다. 전 종목 결승전에 올라 500m에서 4위에 그쳤을 뿐, 1500m1000m를 우승하고 3000m에서는 3위에 오르며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평창 올림픽 금메달 기대주이자 이전 대회 세계선수권자인 최민정, 심석희와의 대결에서 번번이 이기며 괴력을 과시,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의 메달 레이스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선수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여자선수로서는 세 번째로 3연패를 노리던 최민정(성남시청)1500m 결승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걸려 넘어지고, 500m 준결승과 1000m 결승에서 실격을 당하는 불운을 겪으며 종합 순위 6위에 그쳤고, 심석희(한국체대)3000m에서 1위를 차지하며 종합 순위 3위에 올라 바뀐 규정에 따라 평창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얻었다.

 

세계선수권 징크스를 떨쳐낸 서이라,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서다

 

2014 소치 올림픽 이후 남자부 국내 최강자로는 국가대표 선발전 3연패를 한 서이라가 첫 손가락에 꼽혔다. 그러나 정작 국제무대에 나가서는 월드컵 개인 종목에서 몇 차례 우승했을 뿐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거둬 국내용 선수라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 우승을 이루어내면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더욱이 서이라는 1500m 3, 500m 3, 1000m 1, 3000m 2위의 고른 성적을 거두며 종합 우승을 거둬 개인 종합 우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모습을 보였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등에 업고 생애 두 번째 우승을 노리던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와 서이라를 우승 후보에도 넣지 않던 국내외 언론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쾌거였다. 이제 국제대회 부진의 굴레를 벗어던진 서이라가 자동 출전권을 얻은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해 보자.

 

 

대한민국에 대한 견제인가, 엄격해진 판정인가

 

이번 대회 대한민국 대표팀은 유독 실격을 많이 당했다. 금메달이 가장 유력했던 여자 계주에선 준결승뿐만 아니라 파이널 B에서도 실격을 당했고, 남자 계주도 결승 진출에 실패한 후 파이널 B에서 실격당했다. 개인전에선 최민정이 500m 준결승과 1000m 결승에서, 신다운이 3000m 슈퍼파이널에서 실격을 당했다. 문제는 이러한 실격 판정 중 상당수가 과거엔 넘어갈 수 있는 가벼운 몸싸움이었다는 것이고 반대로 최민정이 1500m 결승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에게 밀려 넘어졌을 땐 실격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ISU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엄격하게 판정을 적용하는 것인지, 올림픽 개최국인 대한민국에 대한 견제에 들어간 것인지, 이번 대회 개최국인 네덜란드의 성적을 올려주기 위해 대한민국 선수들만 유독 엄격하게 판정을 적용했는지 정확한 사실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서 약간의 충돌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대한민국 여자 대표 선수들은 아픈 예방 주사를 맞았고 남자 선수들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향후 선발될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교훈 삼아 더 많이 준비하고 연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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