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 조해리]


지난 4월, 2013-2014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2014 소치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대표가 모두 선발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발된 국가대표의 화두는 ‘경험’. 올림픽 시즌 선발전은 국내 선수들이 더 크게 긴장하기 때문에 노련한 선수들이 유리하다는 평이 있다. 과거보다 더 길어진 쇼트트랙 선수생명을 감안하여 경험 많은 선수들이 선발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번 선발전에서는 신예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는 단 2명이다. 2010 밴쿠버 올림픽 1,000m 동메달리스트 박승희(화성시청)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조해리(고양시청)이다.


간난신고(艱難辛苦 : 몹시 고되고 어렵고 맵고 쓰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을 앞두고 조해리는 주니어의 최강자였다. 당장 올림픽에 참가해도 될 실력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올림픽 직전 해에 만 15세(7월 1일 이전 출생)이어야 한다는 나이 제한 규정이 걸림돌이 되어 1986년 7월 29일생으로 28일 차이 때문에 올림픽에 나갈 수 없었다. 동기생인 고기현은 2002 올림픽에 참가하여 세계최강 양양A(중국)를 누르고 1,500m와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녀는 동기생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케이트 끈을 다시 동여맸고 이듬해 시니어 대표로 선발되었다.


2002-2003시즌 새롭게 국가대표에 선발된 그녀는 최은경, 주민진 등과 함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이끌며 2003 동계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입상하여 대한민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승승장구하던 이때, 2006 토리노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을 입어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조해리는 올림픽 출전에 대한 꿈이 좌절된 뒤 엄청난 상실감에 휩싸여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 더 스케이트 끈을 동여맸다. 2007-2008시즌 선발전을 통과하며 대표팀에 복귀했고, 이후 고려대학교를 휴학하고 고양시청에 입단해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2010 밴쿠버 올림픽 선발전을 당당 1위로 통과하며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에 참가하게 되었다.


전화위복(轉禍爲福 :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


큰 기대를 품고 참가한 2010 밴쿠버 올림픽. 올림픽 계주는 물론 개인전 전 종목에 참가할 자격을 획득하였다. 메달 획득은 물론 다관왕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녀 앞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당시 중국 대표팀에는 세계선수권 2연패로 승승장구하던 왕멍과 중장거리의 신예 조우양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올림픽 뚜껑을 열어보니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들에게 참패를 거듭해 특히 기대를 모았던 1,500m조차 조해리를 포함한 한국 선수 세 명이 조우양 하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금메달을 내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고 말았다. 이 참패의 후유증이었는지 조해리는 대회 내내 부진해 메달 하나도 목에 걸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결과는 올림픽 5연패를 노리던 여자계주에서 1위로 골인하고도 석연치 않은 실격판정으로 기쁨의 눈물이 비운의 눈물로 바뀌고 만 것이다. 계주 금메달로 올림픽 제패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해서 하염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그녀는 다시 한 번 비운에 울어야 했다.


그녀는 올림픽 계주 경기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속상했던 기억이라 떠올렸으나, 이 상황이 전화위복이 되어 이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녀의 말대로 밴쿠버 올림픽의 상처는 그녀에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그녀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좁은 문을 한 차례도 빠짐없이 통과했고 2011년에는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종합우승까지 차지했다.


2011-2012시즌에는 대한민국의 여자 계주팀이 사상 최초로 세계 랭킹 6위까지 밀려나는 굴욕을 겪기도 했으나 그나마 조해리가 버티고 있었기에 그 정도 랭킹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월드컵 대회 개인전에서 유일하게 성적을 거둔 건 조해리뿐이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 힘든 일이 지나면 좋은 일이 오기 마련이다)


2012-2013 시즌 경기를 통해 조해리는 지구력은 떨어졌지만, 경기 전체를 내다보는 노련미와 결정적인 순간에 치고 나오는 순발력과 과감함은 예전보다 더 좋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추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공간을 만들어 추월해냈다.


지난 올림픽 이후 세 시즌을 잘 버텨온 조해리. 이제 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시즌이 남았다. 안타깝게도 조해리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계주만 참가한다. 선발전에서 4위가 되어 3위까지 주어지는 개인전 참가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지난 시즌까지 함께해온 김민정이 선발전에서 탈락함에 따라 조해리는 남녀 통틀어 최고참 선수가 되었다. 본인의 훈련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후배들도 챙겨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다. 더군다나 어린 선수들이 계주의 돌발 상황에 쉽게 당황하기 때문에 이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 되어버렸다.


목구멍이 터질 듯, 허벅지가 터져 나갈 듯 힘겨운 훈련의 연속이라는 조해리. 마지막 올림픽만큼은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절차탁마할 그녀가 고진감래할 수 있도록 그녀를 응원한다.


[아이스뉴스(ICENEWS) 박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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