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제 이야기-1. 표현에 한계에 도전하는 김연아

 

2014년 현재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엔 두 여제가 있다. 피겨여제 김연아와 빙속여제 이상화. 두 사람은 한 살 터울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에 처음 국내 언론에 의해 동계 스포츠 유망주로 함께 소개된 바 있다. 이후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 출전한 이상화는 여자 500m에서 5위의 성적을 거두며 장차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가 될 것을 예고했고, 김연아는 2006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숙명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에게 처음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한 두 선수는 4년 후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나란히 세계 정상에 오르며 선수 생활의 정점에 오른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두 선수의 행보는 엇갈렸다. 김연아가 2011 세계선수권 준우승 이후 선수 생활을 중단하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와 아이스쇼 개최에 힘을 쏟은 반면, 이상화는 선수 생활을 계속했지만 부상에 시달리며 저조한 기록에 머물렀다.

 잠시 멀어졌던 두 선수는 다시금 선수촌에서 만나며 부활했다. 2012 12 NRW 트로피 대회에서 복귀한 김연아는 2013 세계선수권을 우승하며 건재함을 알렸고, 이상화도 2013년에만 세계 신기록을 네 차례나 경신하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그리고 대망의 2014, 김연아는 1 4, 5일에 벌어진 전국종합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상화도 뒤질세라 이틀 뒤 벌어진 회장배 스피드 스케이팅 대회에서 38 11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제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나란히 2연패에 도전하는 두 선수의 금메달 경쟁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뿐.      

 

2010년의 김연아와 경쟁하는 2014년의 김연아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 끝에 총점 228.6점의 신기록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이 점수는 당분간 그 누구도 넘기 힘든 난공불락의 점수로 남을 듯했다. 더욱이 김연아가 2011 세계선수권 이후 선수 생활을 잠정 중단하면서 그런 전망은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김연아가 2012년 복귀하고 소치 올림픽을 1개월여 앞두고 벌어진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밴쿠버 올림픽의 228.56점에 고작 0.7점 부족한 227.86점을 얻으면서 소치 올림픽에서 밴쿠버 올림픽의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비록 국제적으로 기록을 공인받지 못하는 국내대회에서의 성적이나 프리 스케이팅에서 두 번의 실수를 하고서도 얻은 점수이기에 올 클린을 할 경우엔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본인도 프리스케이팅에서 나온 점프 실수를 체력적인 문제보다 더 잘하려고 하다 보니 나온 실수"라면서 "올림픽까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2014년 김연아의 경쟁 상대는 2010년 김연아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2 12월에 김연아가 2년여의 공백을 깨고 현역으로 복귀했을 때뿐만 아니고 이번 시즌에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른 중족골 부상을 당하면서 예정됐던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하게 되자 실전 감각이 온전할지 많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어 벌어진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며 소치에서의 보다 완벽한 무대를 기대케 했다.

 

차원이 다른 김연아의 무대   

 사실 처음부터 김연아와 다른 피겨 여자 선수들의 경기는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의 수준 차 혹은 성인 선수와 주니어 선수의 수준 차 이상의 실력 차가 났다. 곡 해석력, 프로그램의 난이도, 점프의 질, 활주 속도 등등 모든 면에서 김연아와 그 외 선수들은 차원이 다르다. 김연아의 경기를 보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매우 느리고 점프는 낮고 힘겨우며 연기는 뻣뻣하게 느껴진다. 언론으로부터 숙명의 라이벌로 불리는 아사다 마오조차도 하늘과 땅 정도의 실력 차이를 보일뿐더러 그마저도 오류투성이인데도 유독 그에게만 관대한 심판 판정 덕분에 김연아와의 점수 차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다른 선수들의 경기는 그저 단순한 스포츠 경기에 그칠 뿐이지만, 김연아의 경기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연아의 경기를 처음 볼 땐 점프의 성공 여부나 기술의 수행 여부를 가슴 졸이며 보지만 반복해서 볼수록 표정과 동작으로 표현되는 프로그램의 주제를 곱씹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몇십, 몇백 번이고 돌려보게 만드는 마성의 프로그램이 바로 김연아의 작품이다. 김연아의 예술 점수가 독보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담 없이 소치 올림픽을 즐기겠다는 김연아는 이미 승자다

바보는 천재를,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최근 인터뷰에서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는데 신경 쓰겠다. 어떤 결과가 되든 마음을 비우고 즐겁게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승부를 초월한 구도자의 풍모가 느껴지는 말이다. 이에 반해 라이벌이라는 칭호도 아까운 아사다 마오는 소치에서 가장 좋은 색의 메달을 따오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인터뷰에서조차 수준 차이가 느껴지는 두 선수가 과연 소치 올림픽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한일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동계스포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터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김연아는 마음가짐에서 이미 이겼다는 사실이다.

 

김연아 그 자체로 전설

 90년에 이르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피겨 여자 싱글에서 2연패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소냐 헤니(3연패)와 카타리나 비트(2연패)뿐이다. 이제 김연아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면 카타리나 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소냐 헤니의 업적을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다. 하지만 2연패의 달성 여부를 떠나서 김연아는 이미 그 자체로서 피겨의 전설이 됐고 동계 올림픽의 영원한 꽃으로 남을 것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