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처럼 완벽한 레이스를! 김보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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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승훈 선수가 2010 밴쿠버 올림픽을 6개월 앞두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여 5,000m 은메달, 10,000m 금메달을 딴 것은 두고두고 회자될 기적이었다. 이후 많은 쇼트트랙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여 제2의 이승훈을 꿈꿨다.
그중에서도 김보름 선수는 가장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며 평창 동계올림픽의 금메달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제2의 이승훈, 여자 이승훈이 아니라 대한민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으로 떠오른 김보름 선수. 그녀의 이야기를 해 보자.

정월대보름에 태어난 김보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다
정월대보름에 태어나서 ‘보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는 김보름 선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놀러 간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스케이팅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늦게 시작한 김보름 선수는 그로 인해 중학교 때 마음을 잡지 못해 운동을 쉬기도 하는 등 갈등이 많았다. 유독 승부욕이 강했지만 너무 늦게 시작해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승훈 선수가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종목 전향을 결심한다. 주변에서는 반대가 많았지만 기필코 본인의 뜻을 관철하겠다고 마음먹은 김보름 선수는 마침내 2010년 5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쓰는 근육과 스케이트부터 달라서 코치도 새로 구해야 했다. 게다가 스피드 스케이트를 훈련할 만한 대형 아이스링크는 전국에서 오직 서울에만 있기 때문에 대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던 김보름 선수는 고3이란 어린 나이에 홀로 상경해야만 했다.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렸고 팀 훈련 끝나고 집에 가서도 자세 운동을 할 정도로 열심을 내었다.
그래서였을까. 기량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일취월장했다. 전향 후 6개월 만에 치러진 아시안 게임 선발전에 출전한 김보름 선수는 어렵지 않게 국가대표 자격을 따냈고, 2011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여 3,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어느새 대한민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중장거리 부문의 간판이 된 김보름 선수는 2014 소치 올림픽에도 출전하여 3,000m에서 13위에 올랐다. 첫 올림픽 출전치고는 기대 이상의 성과였지만 세계 정상의 높은 벽을 실감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도 쇼트트랙을 계속했으면 꿈꾸지도 못 했을 올림픽 무대를 밟아본 것만으로도 김보름 선수는 매우 감사했다.

매스 스타트의 일인자가 되다
소치 올림픽을 다녀온 김보름 선수에게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전해진다. 바로 국제빙상연맹에서 매스 스타트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고, 2018 평창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쇼트트랙 선수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김보름 선수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종목이 신설된 것이다.
매스 스타트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중에서 가장 박진감이 넘친다는 평을 듣고 있는 종목으로 남녀 모두 16바퀴(6,400m)를 돌며 8, 4, 2바퀴를 돌 때 1~3위 선수에게 각각 5, 3, 1점씩을 주고, 피니시 라인을 1, 2, 3위로 들어오는 선수에게는 60, 40, 20점을 주는 종목이다. 이들 점수를 모두 합하여 점수가 제일 높은 선수가 우승하는 규칙으로 쇼트트랙의 3,000m 슈퍼파이널과 유사하다.
쇼트트랙에서 코너링과 추월 기술을 배웠던 김보름 선수는 단숨에 매스 스타트의 세계 정상에 우뚝 선다. 2016-2017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냈고,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였던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매스 스타트 종목에서도 우승하며 랭킹 1위를 달렸다. 당연히 평창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금메달이 유력시되는 김보름 선수의 가장 큰 적수는 일본 선수들이다. 2017년 2월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그녀는 일본 선수들의 협공에 밀려 3위로 머무르고 말았다.
현재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전반에 부는 일본의 바람은 거세다. 단거리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고다이라 나오 선수를 비롯하여 1,500m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카기 미호 선수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각 종목 상위 랭킹에 오르며 평창 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을 예고하고 있고, 특히 팀 추월에서는 월드컵 3개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이자 기대주인 김보름 선수와 이상화 선수의 가장 큰 라이벌로 일본 선수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다카기 미호 선수는 매스 스타트에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동생으로 월드컵 랭킹 11위인 다카기 나나 선수가 출전하고,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는 아야노 사토 선수(랭킹 4위)도 큰 위협이 될 듯하다. 부상으로 월드컵 1차 대회를 기권하고 2차 대회에서도 부진했다가 3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종합 랭킹 10위에 오른 김보름 선수로서는 모든 출전 선수를 경계해야 하지만 특히 일본 선수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매스 스타트는 쇼트트랙만큼 작전과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김보름 선수로서는 본인 자신의 레이스도 중요하지만 함께 뛸 박지우 선수와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가 우승의 관건이 될 것이다.
매스 스타트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장점만을 딴 종목인 만큼 두 종목에서 요구되는 기량이 모두 필요하다.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 유연한 코너링과 빼어난 순발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김보름 선수는 이러한 점을 보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름달처럼 밝은 금메달 따내기를

공교롭지만 또한 당연하게도 김보름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승훈 선수 또한 매스 스타트의 세계 1인자이다. 두 선수가 나란히 매스 스타트의 올림픽 초대 챔피언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쇼트트랙 출신 선수들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재현할 수 있을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눈은 평창 올림픽의 마지막 날인 24일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펼쳐질 매스 스타트 경기에 쏠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태어난 대보름을 며칠 앞두고 벌어지는 경기에서 김보름 선수가 대보름달만큼이나 환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평창에서의 완벽한 레이스를 다짐하는 그녀가 노랗게 염색한 머리처럼 빛나는 금메달을 따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