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3연패 도전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

0
65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점지한다는 말은 너무나 잘 알려진 말이다. 일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을 제외한 모든 스포츠 선수의 선수 생활 중 1차 목표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고, 2차 목표는 그 참가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4년에 한 번 벌어지는 올림픽에 참가 자격을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전 세계의 수많은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는 것은 정말 실력뿐 아니라 운과 정신력도 뒤따라야 하는 위업이다.
그런데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연달아 금메달을 따다니…. 올림픽 3연패는 이토록 어렵고 힘든 대위업이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올림픽 3연패를 한 선수는 동, 하계 통틀어 사격 50m 공기 소총의 진종오 선수가 유일하고, 동계올림픽의 경우 쇼트트랙의 김기훈, 전이경 선수가 2연패에 성공했을 뿐이다. 스피드스케이팅만 놓고 보면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여자 500m 보니 블레어(미국)가 유일하다.
이렇게 어려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 선수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 최고 스타이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무려 68%의 국민이 1위로 이상화 선수를 꼽은 것만 봐도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상화 선수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06년 여고생의 신분으로 첫 출전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보였던 그녀는 이후 밴쿠버 올림픽과 소치 올림픽에서 2연패를 하고 세계 신기록을 세 차례나 경신하면서 세계 최고의 스피린터로 군림해 왔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이상화 선수는 세계 랭킹 1위이자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 독일의 예니 볼프를 제치고 우승하였는데 이는 아시아 선수로서는 이 종목 최초의 우승이었다. 또 2013년 1월 20일 36초 80의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은 대한민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는 최초로 세계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사실 이상화 선수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은퇴하려고 했다가 주변의 간곡한 만류로 소치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했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간 소치 올림픽에서는 자국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까지 출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올림픽 2연패에 세계 신기록 경신까지,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이루었지만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큰 환호성이 울리는 것을 보고 ‘4년 뒤엔 이런 기분을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결국 평창 올림픽까지 뛰기 위해 은퇴를 연장한 것이다.

경쟁자는 일본의 고다이라가 아닌 자기 자신
사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최고의 자리에 머무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인 이상 이상화 선수도 항상 컨디션이 좋고 언제나 우승만 할 수는 없다. 2010 밴쿠버 올림픽을 마치고 이상화 선수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세계 정상이 주는 부담과 긴장을 이기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2011-2012 시즌 들어 그것을 이겨낼 혼자만의 방법을 찾아내고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더 큰 목표를 갖고 달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여기에는 2012년 8월 대한민국 코치로 부임한 오벌랜드 코치의 코칭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중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선수 왕베이싱을 키워 낸 그는 이상화 선수의 스타트 기록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조련하였다. 그의 세심한 코칭 덕분에 이상화 선수는 스타트 후 100m의 기록을 경이적으로 단축해서 36초 36의 세계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렇게 3번의 세계 신기록 경신과 소치 올림픽에서의 올림픽 2연패까지 이루어 낸 이상화 선수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로 건너가 케빈 오벌랜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을 다듬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던 이상화 선수가 2014 소치 올림픽 이후 종아리 부상까지 당하여 하지 정맥류 수술과 재활, 치료를 병행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사이 일본의 노장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새로운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1986년생으로 올해 만 31세의 노장인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딴 두 번의 올림픽에서 각각 12위와 5위에 그쳤다. 하지만 2014년 빙상 강국 네덜란드로 혼자 유학을 떠난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배웠던 트레이닝 방법을 일본식 훈련과 접목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2014년 11월 22일 서울에서 치러진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고다이라 나오는 38초 05의 기록으로 9년 만에 월드컵 시리즈 첫 금메달을 따냈을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던 이상화 선수를 이겼다. 상승세를 탄 고다이라 선수는 2014-2015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16-2017 시즌엔 월드컵 시리즈 500m 6차례 레이스를 모두 우승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7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치러진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도 이상화 선수를 제치고 우승했다. 그리고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과 2017 스프린트 선수권 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2016-2017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에서도 종합 1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500m뿐만 아니라 1,000m까지 모조리 석권하며 평창 올림픽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반해 이상화 선수는 최근 몇 년 새 고다이라 나오 선수를 전혀 이기지 못하고 있어서 불안감을 던져 주고 있다.
하지만 이상화 선수는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기록을 향상하면서 대회감을 익히는 게 우선이다. 목표는 금메달로 잡고 있지만 메달 색깔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개의치 않고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레이스를 할 것”이라면서 “라이벌로 불리는 고다이라 나오라고 해도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있다. 고다이라 외에도 잘 타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몸 상태를 회복하고 내가 완벽하게 경기한다면 특별히 걱정할 것은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상화 선수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본인의 기량과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자신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는 것은 세계 기록 보유자이자 올림픽을 2연패 한 이상화 선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예전에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 올림픽의 경우 최대한 마음을 비워야 결과가 나온다.”는 말 또한 올림픽을 세 번이나 경험한 이상화 선수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녀의 말대로 올림픽은 또 다른 무대다. 제 아무리 고다이라 나오가 무적의 상승세라고 해도 홈그라운드의 이상화, 올림픽을 2연패한 이상화를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2차 시기까지 진행하던 전 올림픽과 달리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500m는 단 한 판만으로 승부가 결정 난다. 올림픽이라는 지상 최고의 축제에서 고다이라 나오가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대로 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안다. 게다가 두 선수 간의 기록 차이는 많이 줄었다. 2차 월드컵에서 1초까지 차이 나던 두 선수의 기록은 4차 월드컵에서 0.21초 차이까지 좁혀졌다. 이상화 선수의 컨디션과 몸 상태는 자신의 계획대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 고다이라 나오는 1,000m에서도 세계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파죽지세지만 이 기세가 과연 올림픽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안다. 달도 차면 기울기 때문이다.
제갈성렬 의정부 시청 감독은 “이상화 선수가 곡선에서 중심이 흔들리는 탓에 파워로 버티는데, 그러다 보니 막판 스퍼트를 내지 못한다. 스타트에서도 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고다이라 나오한테 밀린다.”라고 한다. 물론 평창 올림픽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현재 90%인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약점을 극복하면 고다이라 나오를 이길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