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ATER STORY] 김보름 편 쇼트트랙 조연에서 스피드 주연으로

0
65


▲ 김보름은 지난 2차 월드컵에서 여자 매스스타트 부문 금메달을 획득하며 장거리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계의 ‘신인’ 이승훈은 50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획득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6개월 만의 짜릿한 반란이었다. 이로부터 10일 후 이승훈은 10000m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 후 월드컵시리즈,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국내는 물론 동양권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이러한 이승훈의 활약에 힘입어 국내에는 일명 ‘전향바람’이 불기도 했다.

2012년 이승훈과 함께 월드컵시리즈 장거리에 나서고 있는 대표팀의 주형준과 김철민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승훈과 마찬가지로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후 출중한 기량으로 단기간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들이 쇼트트랙 선수로서 빛을 못 본 것은 아니다. 김철민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 금메달을 목에 건 이력도 있다. 주형준 역시 2010 쇼트트랙 세계주니어선수권에 나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을 만큼 이름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 보다 힘들다는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벽은 너무 높았다.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그것을 발현시킬 기회가 꾸준하지 않았던 셈이다.

김보름도 이 중 하나였다. 2007년 아시아 쇼트트랙 대회에 나서 주니어 2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며 쇼트트랙 유망주로 거듭났으나 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더 넓은 무대로 나가고 싶었던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성기였던 2010년, 이승훈의 활약에 자신감을 얻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한국 장거리 메달’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전향 후 처음 나선 대회에서 김보름은 3000m를 4분24초37의 기록으로 통과했다.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나선 이 대회에서 김보름은 당시 국가대표였던 이주연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자신감을 얻은 김보름은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 신발을 신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아시안게임에 나서 3000m 은메달을 획득하며 주목받았다. 나아가 국가대표로 선발, 대표팀 첫 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며 장거리 메달을 예고했다.

지난 해 팀추월에서 안정적으로 메달권에 들면서 자신감이 붙자 개인전에서도 과감해졌다. 1차 월드컵 매스스타트 부문 4위를 차지하더니 2차 월드컵에서는 자신의 주종목인 1500m에서 5위까지 올라섰다. 그야말로 고속승진이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이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 매스스타트 금메달, 샴페인이 터지다!

Q. 이번 2차 월드컵에서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획득했다. 기분이 어땠나?

금메달 따면 다 좋지 않나요?(웃음) 정말 좋았어요. 시합 타기 전에 메달 생각은 안 하고 편하게 탔었거든요. 물론 작년에 계속 3위에 머무르면서 언젠가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2차에서 따게 될 줄 몰랐어요. 제가 매스스타트 타기 2시간 전에 1500m를 타서 너무 힘들고 지쳐 있었거든요. 그래서 매스스타트 타면서 중간에 한 번 선두를 놓기도 했는데, 체력비축을 한 셈이죠. 다시 후반부 가면서 페이스 끌어올려서 1등으로 골인할 수 있었어요.

Q. 국제무대 첫 해부터 지금까지, 유독 매스스타트에 강하다. 비결이 있나?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다만 아무래도 매스스타트가 여러 선수들이 다 같이 타는 종목이다 보니 바퀴수가 아무리 많아도 체력적인 부담이 혼자 탈 때 보단 덜 해요. 또 쇼트트랙 성격이 있어서 그런지 탈 때 좀 더 편한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Q. 개인전은 물론 팀추월을 통해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늘 2, 3위에 머물고 있다. 아쉽지 않나?

아쉽긴 하지만 팀추월 같은 경우는 작년부터 처음 메달을 따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은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월드컵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 올림픽에서 1등으로 올라서야죠. 지금 1등하면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지 않을까요? 큰 시합 때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니까 오히려 지금 월드컵 무대에서 2, 3위하는 게 편하고 괜찮다고 생각해요.

Q.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팀추월 할 때 제가 50%이상을 앞에서 끌어주다보니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있어요. 또, 제가 초반 스타트가 느린 편이여서 첫 바퀴에서 다른 국가랑 차이가 좀 나요. 하지만 첫 바퀴와 마지막 바퀴를 제외하고 중간바퀴는 1등 선수들과 기록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초반 스타트랑 마지막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하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봐요.

◇ 스피드 위해 서울로 상경, “대회 나가서 ‘우와’만 한 것 같아요.”

Q. 스케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스케이트장에 놀러갔었는데, 그 때 친구 타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 친구가 선수반에서 배우고 있었거든요. 우리는 다 겉에서 벽 잡고 걸음마 하듯 타는데 그 친구는 바닥에 손도 짚고 자세도 잡고 하는 거 보면서 엄마한테 나도 시켜달라고 졸랐었어요.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 그 친구는 그만 뒀어요.(웃음)

Q. 그 후 오랜 시간 쇼트트랙선수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쇼트트랙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그 때는 스케이트가 아니어도 난 얼마든지 다른 걸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실제로 중학교 1학년 때 재미가 없어져서 스케이트를 1년 넘게 쉰 적도 있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쯤 다시 시작했는데, 솔직히 대학교도 가야했고 그동안 해온 게 운동뿐이니까 관두면 뭘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운동에 큰 욕심이 없어서 당시에는 운동을 억지로 한 경향도 있었어요.

Q. 그로인한 성적 스트레스도 심했을 것 같다.

아무리 욕심이 없었어도 선수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성적스트레스가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저는 못 타도 바로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라 당시에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지는 않았어요. 전향 후에는 성적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에 현재만 생각하고 싶어요.(웃음) 지금은 어딜 가나 항상 스케이트 생각뿐이고, 스케이트가 나에게 늘 1순위거든요.

Q. 2010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어떤 이유였나?

아무래도 올림픽에서 이승훈 선수가 활약했던 게 영향이 가장 컸죠. 하지만 2010년도 전부터 스피드를 타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근데 스피드 훈련장은 태릉에 하나뿐이고 집은 대구다 보니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서 선뜻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에 올림픽 이후에 확실하게 마음을 잡고 엄마한테 스피드를 안 시켜주면 운동을 그만두겠다 으름장을 놨어요. 실제로 한 달 정도 쇼트트랙 훈련도 안 갔고요. 전향 후에는 지금보다 몇 십 배 더 열심히 운동하겠다는 약속을 엄마랑 한 후 승낙을 받고 스피드를 배우기 위해 혼자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Q. 쇼트트랙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쇼트트랙 코치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반대했었어요. 선수로써 적은 나이도 아니고 왜 이제 와서 그런 모험을 하느냐고 하셨죠. 물론 이해는 하지만 저는 이미 마음을 확고하게 먹은 후라 ‘내가 가서 한 번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물론 속으로만 생각하고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했죠.(웃음)

Q. 처음 스피드 스케이팅을 탔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솔직히 처음 탔을 때는 ‘어? 이것도 아닌데?’ 싶었어요.(웃음) 스케이트 날부터, 높이, 걸을 때 느낌 모든 게 쇼트트랙이랑 달랐어요. 잠시 ‘아, 지금이라도 엄마한테 말하고 다시 돌아갈까’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스피드로 종목을 바꾼 후에도 못 탄다고 또 다시 포기하게 되면 사람들이 수군댈 것 같았어요.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열심히 했어요. 그 땐 제가 훈련장 근처에 방을 잡고 혼자 살았기 때문에 집에 가도 할 게 없었어요. 그래서 팀 훈련 끝나고 집에 가서도 자세운동하곤 했었어요.

Q. 전향 후 1년 만에 국제무대에 나서게 됐다. 빠른 성장세를 예상했었나?

솔직히 전향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1주일 정도 타고 연습 때 기록 보면서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제 목표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었는데 제가 스피드로 전향하고 6개월 뒤에 아시안게임 선발전이 있었어요. 경기능력을 빨리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에 1:1 강습도 받고 따로 보충 운동도 하면서 꾸준히 채찍질을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올라왔고 아시안게임에서 메달까지 따면서 계속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국가대표 첫 해, 월드컵 무대에서 처음 경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 같은데 혹시 데뷔전이 기억에 나나?

네 물론 기억나죠. 그 때도 1500m, 3000m를 탔었어요. 첫 시합에 나가기 전에 스피드에 대해 아는 게 없다보니 인터넷으로 다른 국가 선수들 경기 영상을 찾아보곤 했었어요. 막상 대회 가서는 긴장은커녕 그 세계적인 선수들이 내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우와’하는 소리밖에 안 나왔어요. 첫 출전이다 보니까 부담 없이 유명선수들 구경하면서 탔던 기억이 나요.(웃음)

Q.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면서 슬럼프가 온 적은 없었나?

가장 힘들었던 적은 작년 아시아 종목별 선수권 때였어요. 그 대회가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아시아 선수 4명을 선발하는 대회였는데, 제가 3000m를 타면서 실격을 받았어요. 평소대로 탔다면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 레이스 운영을 잘못해서 실격처리 되는 바람에 한 동안 심리적으로 너무 많이 힘들었어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국 와서 바로 시합이 계속해서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치유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 2-3주간이 가장 많이 힘들었어요.

Q. 마음을 다시 다잡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그 때 코치선생님이 여기서 또 지면 다시는 못 일어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게 정말 쓴 소리로 다가온 게, 저는 쇼트트랙을 타다가 스피드로 온 거잖아요? 여기서 또 무너지면 더 이상 갈 데가 없었어요. 그런 소리를 계속해서 듣다보니 악에 받쳐서 ‘내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스피드를 타면서 가장 잊지 못할 대회는 무엇이었나?

아무래도 아시안게임에서 3000m 은메달을 땄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스피드로 전향한 후 첫 세계무대였고, 첫 국제메달이었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어요. 아시안게임이 전향한지 6개월 만에 치른 대회였는데, 기록에 대한 건 물론이고 선수에 대한 정보도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래서 조 편성이 나왔을 때 저랑 같이 뛰는 선수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어서 코치선생님한테 여쭤봤는데 선생님이 잘 못타는 선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 이 선수만 이겨야지’하는 생각으로 탔는데, 나중에 한국 와서 알고 보니까 그 선수가 장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였던 거예요. 너무 기뻐서 메달 확정 되자마자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인 것 같아요.(웃음)

Q. 그렇다면 반대로, 최악의 순간은 언제인가?

아시아 종목별 선수권에서 실격됐을 때가 가장 뼈아팠어요. 제가 첫 날 3000m에서 실격을 하고 다음 날 1500m 경기는 남겨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첫 날 실격처리가 됐기 때문에 다음 날 1500m를 탈 의미가 없어진 거예요. 너무 타기 싫고 빨리 한국에 가고 싶었는데, 그 때 온 신경이 예민해져서 룸메이트였던 도영이가 많이 조심스러워 했어요. 선수들끼리는 기록이 안 좋을 때 괜히 위로한답시고 말 걸면 더 신경이 안 좋아지거든요. 아마 도영이가 제 눈치를 많이 봤을 거예요.(웃음)

Q. 특별히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

체코의 사블리코바가 롤모델이에요. 이 선수가 3000m, 5000m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거든요. 또 작년 월드컵 시리즈에서 3000m 1등을 한 번도 놓쳐본 적이 없어요. 경력 뿐만 아니라 스케이팅 기술이 무척 좋아서 저는 외국 가면 그 선수 밖에 안 보여요. 그 선수한테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어서 몰래 뒤따라가 보기도 하고, 그 선수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그래요.(웃음) 이 선수가 또 좋은 게, 저랑 경기스타일이 비슷해요. 저도 초반 스타트가 약하고 중반부터 스퍼트 하는 스타일인데, 사블리코바도 그렀거든요. 그 선수의 좋은 점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고, 더 닮고 싶어요.

◇ 핸드폰을 좋아하는 평범한 20대, “해외시합 말고, 해외여행 가보고 싶어요.”

Q. 국제대회 출전으로 학교생활이 어려울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 엄청 많아요. 바보 같은 생각인데, 학교생활이 너무 하고 싶어서 선수촌생활 안하고 학교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서울로 올라오면서 대구에 있는 학교를 아예 못 나갔거든요. 대학 와서는 시합 때문에 외국에 있느라 학교생활에 대한 추억이 없어요. 뭐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공부를 열심히 했을 스타일은 아니지만 대학생활을 누려보고는 싶어요.(웃음)

Q. 대학생이 되면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것은 없는지?

대학생들은 방학이 기니까요, 방학을 이용해서 해외여행 가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매일 훈련스케줄로 꽉 차 있으니까 쉽지 않아요. 시합 때문에 외국을 질리도록 많이 가봤지만, 대시합하러 가는 것과 놀러가는 것은 또 다르니까요. 제가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요, 가까운 일본이나 제주도라도 한 3일정도 가서 맛집 찾아다니며 친구들끼리 소소한 여행하고 싶어요.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웃음)

Q. 평소에 쉴 때는 무얼 하고 지내나?

주말에는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카페 가서 수다도 떨고 정말 평범해요. 평일에 선수촌에 있을 때는 짬 날 때마다 잠을 자요. 워낙 훈련이 고되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잠을 자둬야 하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들 잠자기 바빠요.

Q. 특별한 취미는 없나?

제 취미는 핸드폰 같아요. 친구들이 핸드폰 중독자 아니냐고 할 정도로 핸드폰을 자주 만지거든요. 다른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기타도 배우고 여러 가지 하는데 저는 쉴 때 거의 핸드폰만 보는 것 같아요.

◇ 올림픽 정조준! “저 평창가도 아직 20대에요!”

▲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보름의 꿈은 올림픽 메달이다.(사진: 본인제공)

Q.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스피드 스케이트 훈련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쇼트트랙의 경우, 전국에 걸쳐 경기장이 많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은 태릉에 한 곳 뿐이다. 어린 선수들이 훈련하기에도 굉장히 춥고 열악한 환경인데,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선수인 저도 운동이 힘들어서 스케이트를 못 타겠다는 생각보다는 너무 추워서 못 타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태릉스케이트장은 너무 추워요. 매일 여기서 운동하는 선수도 이렇게 느끼는데, 관중들이 와서 대회를 관람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계속 이렇게 간다면 선수층이 얇아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럴 경우 부상의 위험도 높아지는데, 선수들이 어릴 적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다보면 체력적으로도 더 힘들 것 같아요. 어린 유망주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환경이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Q. 빙속3총사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국내대회는 관중도 적고 사람들의 관심이 미비하다. 국내대회를 치를 때 선수들의 느낌은 어떤가?

관중이 워낙 없다보니까 가끔 경기 할 맛이 조금 안 나기도 해요. 제가 이번에 러시아에서 월드컵 했을 때는, 관중석이 축구장만큼 많았는데 그 좌석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왔어요. 하필 제가 1500m를 러시아 선수랑 타서 응원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그런 응원을 국내에서도 받으면 정말 힘이 날 것 같아요. 경기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 것 같고. 그런 점이 조금 아쉽긴 한데, 관중들이 보러 올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 갖춰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Q. 이제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가대표 선발은 물론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아직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올림픽이 1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가능성을 봤다는 거에 큰 의의를 두고 싶어요. 예전에는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잖아요. 여자 장거리에서 메달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서. 그런 것 보면 세상에 불가능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사람들은 멀었다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금메달로 그 꿈에 한 발작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성적 유지하고 싶어요.

Q. 올림픽 무대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은 종목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람들은 1500m다 3000m다 하지만 저는 딱히 두 종목을 구분지어 생각하지 않아요. 1500m를 잘 하면 3000m도 자연히 오를 것이고 3000m를 잘 하면 1500m도 기량이 많이 오를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중거리인 1500m에 애착이 더 가긴 하는데, 둘 다 잘하고 싶어요.

Q. 김연아 선수의 경우 어릴 적부터 ‘내 끝은 2010밴쿠버올림픽 금메달이다’라는 생각만 갖고 달려왔다고 한다. 김보름 선수도 스케이트 인생의 끝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있다면 언제인가?

(자신 있게) 평창올림픽이죠. 물론 지금 아무도 저를 평창유망주로 꼽진 않지만, 평창올림픽이 열릴 때 제 나이가 26살이거든요. 워낙 스케이트 선수들의 전성기가 빨리 와서 26살이면 올림픽에서 메달 따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꾸준히 자기관리 하고 국가대표 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열심히만 한다면 평창에서 메달 따는 것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스케이트를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저는 최대한 오래하고 싶어요.(웃음)

[아이스뉴스(ICENEWS) 글, 사진: 정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