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최민정. 사진: 함영산]

 

 

 

 

2015313일부터 15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벌어졌던 2015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이 막을 내렸다. 최민정, 싱키 크네흐트라는 새로운 남녀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이번 대회를 정리해 본다.

 

부진했던 심석희, 불운을 이겨낸 최민정

이번 대회를 앞둔 대체적인 예상은 지난 해 세계선수권자이자 월드컵 랭킹 종합 1위인 심석희와 제2의 심석희로 불리는 최민정의 2파전으로 전개될 거란 평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이전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심석희는 이번 대회에서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둘째 날 1500m 은메달, 마지막 날 3000m 은메달로 종합 3위에 머무르며 2연패에 실패했다.

이에 반해 최민정은 전 종목 결승전에 오르며 고른 실력을 과시했고, 특히 마지막 날 열린 1000m3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극적인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둘째 날 500m 결승 마지막 코너에서 아웃코스로 크게 들어오다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타나의 반칙성 플레이로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며 일말의 불안감을 던져줬지만 불운을 훌륭하게 극복해 내며 시니어 데뷔 시즌 세계선수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해냈다. 무엇보다도 스피드로 전향한 박승희에 이어 전 종목 결승에 오른 것은 향후에도 계속해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리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비록 최민정에 이어 종합 2위에 그쳤지만 노익장의 힘을 과시한 아리아나 폰타나의 투혼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수 차례 우승했던 유럽 선수권에서 부진하며 한물 간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던 폰타나는 끝까지 최민정과 경쟁하며 여전히 자신이 유럽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임을 증명했다. 중국의 판커신은 500m에서 손쉽게 우승하며 왕멍의 후계자로 등극했지만 중장거리에 약한 왕멍의 단점까지 계승하여 한계를 보였다.

여자 계주에서도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종반까지 중국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다 중국 팀이 터치 과정에서 삐끗 하는 틈을 타 단박에 앞서 나가며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작년의 패배를 설욕했다.

 

춘추전국시대의 남자부, 싱키 크네흐트의 우승

대회 개막 전 남자부는 중장거리에서 독보적인 신다운과 500m, 1000m를 양분한 러시아의 세멘 엘리스트라토프, 드미트리 미그노프의 3파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신다운이 1500m 준결승에서 빅토르 안에게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세멘이 1500m에서 우승하자 조심스레 세멘의 우승이 점쳐졌다. 그러나 이후 펼쳐진 500m에서 월드컵 랭킹 1위 드미트리 미그노프가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중국의 우다징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종합 우승 판도는 미궁에 빠져들었다. 이어진 마지막 날 1000m 결승, 신다운이 마지막 코너에서 1위로 달리던 캐나다의 찰스 헤믈린의 인코스를 파고들다 엉키면서 몸싸움이 일어났고, 그 틈을 타 3위였던 박세영이 1위로 들어오면서 단번에 종합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찰스 헤믈린과 캐나다 코칭 스태프가 대한민국의 김선태 감독에게 거센 항의를 할 정도로 논란이 일 수 있는 플레이였다.

결국 각 종목을 우승한 세멘 엘리스트라토프, 우다징, 박세영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찰스 헤믈린과 네덜란드의 악동 싱키 크네흐트가 2위권에서 추격하는 형세로 벌어진 슈퍼 파이널 3000m. 박세영은 레이스 종반 싱키 크네흐트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다 날 하나 차이로 2위에 그치며 종합 순위도 2위에 머물렀다. 싱키 크네흐트와 종합 점수 63점 동점을 기록했으나 슈퍼 파이널 순위에서 밀려 간발의 차이로 준우승한 것이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로서는 그동안 약세였던 쇼트트랙에서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한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이어진 계주에서는 모든 선수가 고른 기량을 보인 중국이 오래간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신흥강호 헝가리가 2, 작년도 우승팀 네덜란드가 3위에 오른 가운데, 몇 번이나 넘어진 대한민국 남자대표팀은 4위에 그쳤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

작년도 세계선수권 대회와 우승자를 비교해 보면 남자 500m를 제외한 모든 종목의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쇼트트랙의 변동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남자부는 지난 시즌 마지막 불꽃을 태운 빅토르 안 이후 절대 강자 없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생애 여섯 번째 개인 종합 우승을 달성하며 전설을 썼던 빅토르 안은 은퇴 여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고, 설욕을 벼르던 2013 세계선수권자 신다운은 큰 무대에서 부진한 징크스를 재현했기에 마인드 콘트롤에 집중해야 할 듯하다. 지난 해 가능성을 보였던 박세영은 세계정상권까지 올라갔지만 이제는 본인의 주종목을 정해 담금질을 해야 할 상황이다.

작년 여자 쇼트트랙을 지배했던 심석희는 강행군의 여파인지 급격한 성장의 후유증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많은 휴식과 충전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쇼트트랙 여왕으로 등극한 최민정도 똑같은 행로를 밟을 수 있기에 주의가 요망된다.

동계 올림픽에 이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을 개최하여 자국 선수들의 선전에 이은 쇼트트랙 붐을 기대했던 러시아로서는 빅토르 안의 노쇠화와 그 외 선수들의 부진으로 체면을 구겼다. 특히 태극기에 러시아 국기를 합성해서 빅토르 안 귀화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조롱한 러시아 관중들의 행태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에 한편으론 고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태껏 자국에서 개최한 세계선수권에서 계속 부진했던 대한민국으로선 이번 러시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내년 세계선수권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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