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도르트레히트에서 열린 2015년 쇼트트랙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러시아의 빅토르 안이 싱키 크네흐트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하며 2연패에 실패했다. 빅토르 안은 주종목인 500m에서는 1위를 차지했으나 1000m1500m에서 모두 싱키 크네흐트에게 1위를 내주고 3000m 슈퍼파이널에서는 2위를 차지하여 총점 71점으로 97점을 얻은 싱키 크네흐트에게 종합 우승을 뺏겼다. 여자부에서는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러시아의 프로시비르노바 소피아와 헝가리의 말리스제코바 파트리샤를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악동 싱키 크네흐트의 설욕

2014년 유럽 선수권에서 빅토르 안에 밀려 3위에 오르며 2연패에 실패했던 싱키 크네흐트가 홈 그라운드에서 멋지게 설욕에 성공했다. 특히 작년 계주 5000m 레이스 직후 자신을 추월한 빅토르 안에게 욕설을 퍼부어 메달을 박탈당하고 기록만 남기는 굴욕을 당했던 터라 이번 우승이 더욱 뜻 깊었다. 1000m15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고, 500m에서 빅토르 안에 이어 2위에 오른 싱키 크네흐트는 3000m 슈퍼 파이널에서는 4위로 골인하며 여유 있게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2차 대회에서의 부진과 3, 4차 대회 불참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빅토르 안은 500m 와 계주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하기는 했으나 500m 이외의 종목에서는 유럽선수권에서도 정상과는 거리를 보여 홈에서 열리는 세계 선수권 2연패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견케 했다.

계주에서는 3번 주자 세멘 엘리스타토프를 반 바퀴 더 뛰게 하는 변칙 작전을 편 러시아가 헝가리와 네덜란드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3연패를 차지한 러시아는 더 이상 빅토르 안의 원맨 팀이 아님을 입증했다.

 

탱크 엘리스 크리스티의 질주

지난 소치 올림픽에서 개인전 전 종목 실격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500m1500m에서 1위에 오르고 3000m 슈퍼 파이널 2위를 차지하며 총점 89점으로 생애 첫 유럽 챔피언이 됐다. 한국인 이승재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일취월장한 엘리스 크리스티는 무리한 추월만 하지 않으면 세계 정상권 실력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이번 유럽 선수권 대회 우승으로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러시아 여자 쇼트트랙의 기대주 프리시비르노바 소피아도 1000m에서 우승하고 500m, 1500m에서 2위에 오르면서 러시아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빼어난 외모로 경기외적인 화제도 불러일으키는 만큼 스타덤에 오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여자 계주에서도 프리시비르노바 소피아의 활약에 힘입어 러시아가 우승을 차지했다. 러시아 쇼트트랙은 소치 올림픽 이후 계속된 투자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여자 쇼트트랙의 경우 대한민국과 중국 양강 체제 아래 3위권을 두고서 캐나다, 미국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빅토르 안과 심석희의 세계선수권 우승은 재현될 것인가?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지난 월드컵 3, 4차 대회를 불참한 빅토르 안은 얼마전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창 올림픽까지 선수로 뛰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나타났듯이 소치 올림픽 3관왕의 위업을 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체력이 상대적으로 덜 요구되는 500m와 계주에서는 여전히 세계무대에서 정상권임을 입증했다. 다만 올림픽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남은 만큼 그때까지 지금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올림픽은 차지하고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2013 세계선수권자인 대한민국의 신다운이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일어나 중장거리의 최강자로 거듭났고, 2012년 세계선수권자 곽윤기, 밴쿠버 올림픽 2관왕 이정수가 부활했으며, 국가대표 선발전 1위를 차지한 서이라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캐나다의 찰스 헤믈린도 지난 세계 선수권의 패배를 되갚아주겠다는 각오가 대단하고 유럽 선수권 개인전에서 패배를 안겨준 싱키 크네흐트의 상승세도 눈부시다.

여자부의 경우 왕멍의 잠정적인 은퇴 후 심석희의 독주가 예상됐으나 강행군의 여파로 심석희가 주춤한 사이 중국의 한유통과 대한민국의 최민정이 정상을 다투는 형세에 엘리스 크리스티가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오는 월드컵 5, 6차 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 이들의 격돌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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