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의 딜레마

칼럼 & 인터뷰 2014.12.24 00:33 Posted by 아이스뉴스

화려한 성적 뒤에 숨겨진 한국 쇼트트랙의 딜레마

 

지난 주말,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쇼트트랙 4차 월드컵 대회가 열렸다. 홈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금메달 5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로 남,여 대표팀 모두 월드컵 팀 랭킹 1위의 성적을 내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남자부는 서이라, 이정수, 곽윤기, 신다운이 여자부는 최민정, 전지수, 노도희, 이은별 등이 개인전 메달을 고루 나누어 가지며 대표팀의 안정적인 전력을 뽐냈다. 성적으로만 보면 딱히 흠잡을 곳 없는 이번 대회였다. 하지만 선수단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으로 숨어있던 한국 쇼트트랙의 아픈 곳을 볼 수 있는 대회였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세화여고)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에서 열린 3차 월드컵 대회 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심석희는, 결국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기권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한국 여자 대표팀에서 몸이 좋지 않았던 선수는 심석희 뿐만이 아니었다. 김아랑, 노도희, 전지수까지 모두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부상병동이 된 여자대표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자대표팀을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 시즌 월드컵 대회를 휩쓸고 소치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치르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심석희와 김아랑. 탈 주니어급 실력으로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훌륭한 경기를 펼친 노도희와 최민정까지.

여기에 소치 올림픽 남자대표팀의 부진을 이유로 새롭게 바뀐 국가대표 선발전은 무려 세번의 검증과정을 거쳐 선수를 선발하도록 변경되어 최고의 선수들만 선발될 수 있게 되었다.


 

빈틈없는 선발전을 통과한 최강의 선수들로 구성된 여자대표팀. 선전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특히, 올림픽 다음 시즌은 각국의 배테랑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선수들로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인 탓에, 경험 없는 신예선수들로 구성된 다른 나라 선수들이 한국 대표팀의 적수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빗나가고 말았다.

먼저 노도희(한국체대)가 허리 부상으로 1,2차 월드컵에 불참한 것을 시작으로 2차 월드컵 대회에서는 김아랑(한국체대)이 빈혈 증세로 기권하였다. 3차 대회는 모든 선수가 참가하였으나 감기 몸살, 어깨/허리부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경기에 참가하였고, 이러한 상태가 4차 대회까지 이어졌다.


 

이번 시즌 월드컵을 휩쓸고 있는 최민정(서현고)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가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빈틈없이 바뀐 선발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완벽한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없는 한국 쇼트트랙. 무엇이 부족한 걸까.

 

 

한국 선수들은 유독 부상이 많다?


 

올림픽이 끝나면 외국 선수들은 휴식기를 갖는 경우가 많다. 벤쿠버 올림픽 이후 중국의 왕멍, 조우양 등이 그랬고 이번 시즌에도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빅토르안(러시아) 역시 3,4차 월드컵 대회를 불참했다. 하지만 역대 한국 쇼트트랙 간판 선수들을 보면 올림픽 이후에도 휴식기를 갖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이번 시즌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박승희(화성시청)가 거의 유일한 케이스일 정도.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에 휴식을 취하는 것 또한 큰 모험이기에 선수에게 휴식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은 세계에서 가장 심한 경쟁을 이겨내며 훈련하고 있다. 언제나 좋은 성적을 바라는 높은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도 선수들의 몫이다. 이것이 쉼 없이 반복되면 몸과 마음에 무리가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지금껏 우리는 선수의 기량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만 열을 올리고 선수들이 기량을 완벽하게 뽐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에는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부상 투혼은 답이 아니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안이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선수의 몸에 약간의 이상이라도 감지가 되면 경기에 뛰지 않도록 하는 러시아의 시스템이 결국 올림픽에서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몰려 있어 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을 두고도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야 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휴식은 그림의 떡처럼 보인다. 특히 최고의 선수를 엄선하기 위해 변경된 무한 경쟁 방식의 새로운 대표 선발 방식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선수들이 부상투혼을 보이면서라도 대회에 참가하려 하는 이유다.

세계 최강 한국 대표팀이 가진 딜레마인 셈이다.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눈앞의 대회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선수들의 미래, 선수들이 건강한 몸으로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평창올림픽까지는 아직도 4년이 남았다. 과연 쉼 없이 달리는 선수들이 계속 건강한 상태로 올림픽까지 남아줄 수 있을 것인가.


 

경쟁을 통한 성장, 휴식을 통한 몸의 회복. 양쪽 모두를 균형있게 발전시켜줄 시스템을 이제는 찾아내야 할 때다.

[아이스뉴스(ICENEWS) 글=안정윤, 사진=함영산]

저작자 표시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