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쇼트트랙 월드컵 솔트레이크 1차 대회는 역시나 빅토르 안, 심석희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결과를 보여줬다.

 빅토르 안은 개인전 1,000M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고, 500M 결승전에서는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했는데 사실상 소치 올림픽과 같은 3관왕이었다. 빅토르 안이 출전하지 않은 1,500M1,000M(2)에서는 대한민국의 신다운과 서이라가 금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의 부활을 예고했다.

 심석희 또한 본인의 주종목인 1,000M1,500M에서 무난하게 금메달을 따고 3,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이 됐다. 2의 심석희로 불리는 최민정은 1,000M(1)에서 은메달을 따고 3,000M 계주에서 레이스 막판 아웃 코스 추월로 경기를 뒤집는 결정적인 활약을 하며 무난하게 데뷔했고, 왕언니 전지수는 주 종목인 500M뿐만 아니라 1,000M(1)에도 결승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빅토르 안의 클라스는 영원하고 파급력도 크다

 소치 올림픽과 몬트리올 세계 선수권을 석권한 빅토르 안의 기세가 무섭다. 전날 1,000M 결승에서 박세영을 가볍게 따돌리며 금메달을 따낸 빅토르 안은 주 종목이 된 500M 결승에서 중국의 우다징을 인코스로 추월하며 역시 손쉽게 금메달을 따내는 듯했으나 석연치 않은 파울 판정을 받고 실격 판정 받았다.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남자 5,000M 계주 러시아 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견인해 냈다. 더 무서운 것은 빅토르 안과 함께 훈련하면서 러시아 남자대표팀의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는 것. 빅토르 안이 출전하지 않은 남자 1,000M(2) 결승에 엘리스트라토브와 자카로브 두 선수를 진출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비록 결승전에서 무서운 질주를 선보인 서이라가 두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긴 했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정신력을 가진 빅토르 안과 함께 훈련하면서 다른 러시아 선수들의 실력도 향상됨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물론 결승전에서 중반 이후 차지한 선두를 끝까지 놓지 않은 서이라의 역주는 단연 돋보였고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성과였다.

 작년 시즌 내내 부진했던 신다운도 1,500M에서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레이스를 주도하며 찰스 헤믈린을 압도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지는 월드컵 시리즈와 세계선수권에서 빅토르 안과의 한판 승부를 기대케 하는 몸놀림이었다.

 비록 빅토르 안의 노련미와 테크닉에 밀렸지만 1,000M(1)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박세영의 선전도 훌륭했다. 다만 국제무대에서 통하지 않는 단거리를 고수할 것인지,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장거리로 전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그에 반해 찰스 헤믈린은 1,500M 결승에서 신다운에게 지고, 1,000M(2) 준결승에선 서이라에게 밀려나고,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스스로 미끄러지며 지난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에서의 부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빅토르 안과 대한민국의 협격에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여제 심석희와 함께 보다 강해진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

 이제 500m를 제외한 여자부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우승 못하는 경기를 보기는 매우 힘들 듯하다. 손쉽게 3관왕에 오른 심석희와 저번 시즌 함께 월드컵 시리즈 1, 2위를 휩쓸던 김아랑이 부활한 데다가 제2의 심석희 최민정까지 등장해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은 더더욱 강해졌다. 비록 소치 2관왕 박승희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하고, 조해리가 은퇴했지만 이은별과 전지수가 그 자리를 잘 메꿀 것으로 기대된다.

 심석희와 김아랑은 지난 월드컵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 완벽한 호흡을 재현하며 1,000M1,500M의 금은을 쓸어담았다. 최민정은 1,000M(1) 결승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오버페이스로 캐나다의 마리안느 생젤레에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시니어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고, 계주에서도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단거리 전문 선수이자 8년 만에 국가대표가 된 전지수도 주 종목인 500M뿐만 아니라 1000M(1)에서도 결승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세계 정상권과는 어느 정도 수준차를 보여주며 4위에 그치기는 했지만 국제무대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외 대한민국 대표팀 출전 선수들의 성적표

  밴쿠버 2관왕 이정수는 주 종목인 1,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부활의 가능성을 높인 데 반해 곽윤기는 입상에 실패하며 부상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국제무대에 데뷔한 한승수 또한 세계 정상권과는 거리가 있는 성적표를 받았고 계주에서도 부진했다.

 남자 계주는 결승에 진출했지만 레이스 중반 서이라가 넘어지며 4위에 그치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 남자 대표팀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빅토르안과 맞설 만한 확실한 에이스의 대두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자부의 이은별은 1,000M(2) 결승전에서 5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전성기의 기량은 아직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4일부터 펼쳐지는 2차 대회에서는 이들이 어떨 성적을 올릴지 주목해 보도록 하고 대표팀으로 선발됐지만 허리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여자부의 노도희는 3차 이후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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