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의 심석희와 최민정, 남자 대표팀의 신다운, 박세영이 나란히 2관왕에 오르며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특히 소치 올림픽 노메달이란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던 남자 대표팀으로선 반전의 기반을 다진 값진 성과였다.

 

박세영의 성장, 신다운의 재기, 곽윤기의 부활

 지난 시즌 대한민국 남자대표팀이 부진했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경험 부족을 들 수 있겠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시즌 내내 팀 전체가 어수선하고 부진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빙상연맹이 선발전 제도를 바꾸고 코칭 스태프도 교체하면서 보다 합리적인 선수 선발과 팀 운영이 이루어지자 다시금 남자 대표팀이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지난 시즌 정상을 양분했던 빅토르 안과 찰스 헤믈린이 이번 대회 들어 나란히 부진하고 다른 나라 팀들도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인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어쨌든 대한민국 남자대표팀이 자멸하지 않는 것만 해도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행보라 하겠다.

 1500m 결승에서 박세영과 신다운이 금, 은을 합작한 것을 시작으로 2012 세계선수권자인 곽윤기가 500m(1) 결승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부활의 시작을 알렸다. 1000m 결승에 어렵게 진출한 신다운은 아웃코스 추월로 막판 뒤집기를 해내며 지난 시즌의 악몽에서 깨어났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어진 5000m 계주 결승에서 곽윤기가 마지막 주자로 나서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하던 헝가리, 영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한꺼번에 제치며 금메달을 따내 대미를 장식했다.

최민정과 심석희의 장군멍군, 전지수의 재발견

 시즌 시작 전부터 제2의 심석희로 불리며 기대를 모은 최민정. 심석희와 나란히 1500m 결승에 오른 최민정은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타나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말려 좀처럼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했고, 3위를 달리던 심석희까지 나갈 곳을 찾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벌어졌다. 비록 경기 막판 최민정이 폰타나를 제치고 1등으로 골인하여 금메달을 따내긴 했지만 끝까지 치고나가지 못한 심석희는 3위에 그치고 말았다. 누구보다도 지는 걸 싫어하는 심석희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한 상황.

 다시금 1000m 결승에서 최민정과 만난 심석희는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레이스를 주도하며 선두를 다퉜고, 어렵지 않게 선두에 안착한 후 끝까지 지켜 금메달을 얻었다. 세계 최강자의 자존심을 지킨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두 10대가 세계 정상을 다투는 가운데 왕언니 전지수의 활약도 눈부셨다. 1차 대회에서 두 종목 결승에 오르고도 아쉽게 순위권에 오르지 못했던 전지수는 500m에만 두 번 출전하여 동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적으로도 8년 만에 월드컵에서 따낸 메달이라 더욱 값진 성과였다. 스피드로 전향한 박승희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우며 왕언니의 힘을 보여준 전지수의 활약은 앞으로 더욱 빛날 예정이다.

 이 두 10대와 한 명의 30, 그리고 딱 중간 나이인 20대 이은별이 한 팀을 이룬 여자 계주는 라이벌 중국이 준결승에서 탈락한 덕에 손쉽게 금메달을 따냈다.

뛰어난 코칭 스태프의 지도로 미래가 더 기대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난 소치 올림픽에서의 졸전으로 호되게 경을 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선발전 대폭 개정하고, 코칭 스태프를 전면 개편했다. 그에 따라 이번 시즌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치로 합류한 이들이 바로 김선태 감독과 여준형 코치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유망주를 다수 발굴한 바 있는 두 사람은 짧지만 효과적인 훈련 방식과 선수 개개인에 맞춘 지도 방식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나 뚜렷한 약점을 가지고 있던 신다운, 박세영, 전지수를 확 뜯어고침으로써 벌써부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다운의 경우 치고 나가기 전에 사전 동작이 너무 커서 역효과를 내거나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 파울을 범하는 경우가 많았고, 박세영은 경기 초반 지나치게 뒤편에 쳐져 있으면서 막판 뒤집기를 노리다 치고 나갈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으며, 전지수는 빠른 스타트 이후 막판 레이스에서 체력이 달리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세 선수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여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는 세 선수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두 지도자의 코칭이 효과를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제 겨우 시즌 초반. 앞으로 세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얼마나 더 좋은 발전이 있을지 더욱 기대케 하는 성과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은 지난 20여 년의 세월 동안 쇼트트랙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해 왔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과 잡음도 끊이지 않았고, 부진과 추문도 많았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금 일어선 데에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가 크게 작용했다. 이번에 새롭게 대표팀을 맡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두 코치도, 2의 심석희로 불리는 최민정도, 30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전지수도 다 그러한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개선하고 바꿔야 하지만 좋은 것은 키우고 장려해야 할 것이다.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둔 대한민국 빙상계가 견지해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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