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소희, 김소희 앞에서 우승하다.

1994년 릴리하메르 동계 올림픽에서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김소희와 전이경은 여자 1,0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이 세계 여자 쇼트트랙의 중심에 우뚝 서는 시발점이 되는 쾌거였다. 그리고 그 전설의 주인공 전이경과 김소희는 지난 2013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 시상자로 나서 후배들을 격려했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때의 앳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두 선수의 등장은 올드 쇼트트랙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리고 바로 그 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은 또 하나의 유력한 소치 올림픽 금메달 후보를 발굴했다. 바로 19년 전 대선배들이 올림픽에 나섰던 19살의 나이에 세계 무대에 데뷔한 김아랑이었다. 170cm의 훤칠한 키와 길쭉한 팔다리, 예쁘장한 외모가 19년 전 김소희를 연상케 하는 김아랑은 셋째 날 여자 1,500m에서 우승하고, 넷째 날 여자 계주에서도 중국 선수를 제치고 다시 선두를 탈환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며 2관왕에 올랐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이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찾아낸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국가대표 선발전 3위

솔직히 2013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꼽은 전 여자 국가대표 예상 리스트에 김아랑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해리, 박승희, 심석희, 김민정 등의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은 물론이고 노도희, 공상정 등의 주니어 대표선수들과 전다혜, 전지수 등의 노장급 선수들에 비해서도 덜 주목받았던 김아랑이었다. 하지만 2013년 2월 폴란드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1,000m와 계주 2관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인 김아랑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당당히 종합 3위에 오르며 올림픽 개인전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초등학교 때 쇼트트랙을 시작한 김아랑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리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전주제일고로 진학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전국체전과 그 외 고등부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쇼트트랙 유망주로 발돋움했고, 주니어 국가대표를 거쳐 국가대표에 선발돼 성인무대에서도 금빛 레이스를 이어나가고 있다.

 

뛰어난 지구력과 두둑한 배짱, 원만한 대인관계

김아랑의 가장 큰 장점은 중장거리 레이스를 자유자재로 뛸 수 있는 지구력과 성인무대에서도 세계의 강호들과 당당히 맞서는 배짱이다. 이번 월드컵 시리즈 1, 2차 대회에서 심석희와 함께 중국의 간판 왕멍, 조우양을 여러 차례 압도한 것은 지난 밴쿠버에서의 수모를 되갚을 기회가 왔음을 증명했다 할 수 있다. 특히나 2차 대회 여자 계주에서 중국 선수의 인코스를 파고들며 재역전에 성공하는 장면은 이번 대회의 백미였다. 다소 몸싸움이 있어서 혹시나 실격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마저 들었지만 김아랑은 과감하게 중국 선수를 제치고 나가면서 여자팀의 역주를 이끌었다. 대한민국 여자 계주 대표팀 또한 심석희, 박승희, 조해리에 김아랑을 더함으로써 어느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김아랑의 또다른 장점은 친화력이다. 전주제일고에서 김아랑을 지도했던 강병혁 감독이 “선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고 있다.”라고 극찬할 정도로 품성이 빼어난 김아랑은 대표팀 언니, 동생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잘 적응하고 있다. 특히나 지난 7월 이은별과 함께 태릉선수촌 성세바스티아노경당에서 세례를 받았는데 박승주, 박승희, 박세영 빙상 국가대표 삼남매의 어머니인 이옥경 씨가 김아랑의 대모가 되어준 것도 김아랑의 국가대표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집이 전주에 있어서 삼남매의 집에서 하숙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아랑은 하숙 생활 동안 삼남매와 돈독한 사이가 되었으며 특히나 박승희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있다. 이런 원만한 대인 관계가 안정적인 대표 선수 생활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 언니처럼 따르는 박승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김아랑(출처: 박승희 트위터)

 

 

에이스 밀어주기가 아닌 정정당당한 승부를 기대하며!

그간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엔 에이스뿐만 아니라 그를 뒷받침해 주는 선수들의 활약도 반드시 수반됐다. 그게 작전이든, 몰아주기든 간에 그런 팀플레이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을 여러 개 가져올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이제는 예전 같은 에이스 밀어주기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작전이 따라야 숙명의 라이벌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밴쿠버에서의 남자 대표팀의 경우처럼 과도한 경쟁으로 레이스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필요성도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월드컵 2차 대회에서의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의 팀플레이와 경쟁은 소치 올림픽에서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의 거둘 정정당당한 승리와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면서 새로운 쇼트트랙 얼짱, 맘짱 김아랑이 맹활약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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