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3-2014시즌 월드컵 4차 대회가 11월 14일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시험 무대에 오르는 대한민국 남녀 국가대표팀의 표정은 정반대의 상태다. 심석희가 3관왕에 오르며 1000m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하고 계주를 3연속 우승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여자부에 달리 1, 2차 대회에 이어 3차 대회에서조차 최악의 부진한 모습을 보인 남자 대표팀은 초조하기 이를 데 없다. 급기야 이번 4차 대회에서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이 없는 노진규를 1,500m에 이어 1,000m에까지 출전시키는 초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역대 최약체 대표팀, 올림픽 개인전과 릴레이 출전권조차 못 딸 수도?

2013년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나고 남자부 올림픽 개인전 출전 멤버가 결정되자 수많은 우려가 터져 나왔다. 세계 랭킹 1, 2위인 곽윤기, 노진규가 올림픽 개인전 출전 자격을 상실한 대신, 곽윤기를 대체해 세계선수권에 나가서 우승을 차지한 신다운, 1년간 국가대표로 뛰었지만 국제 대회 성적이 저조했던 이한빈, 국가대표 경험이 전혀 없는 박세영이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시즌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하고서 짬짜미 파동 이후 만든 이전 선발전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나온 역대 최약체 대표팀 명단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각 종목별 실력을 고려하지 않고 선발전 3위까지는 무조건 올림픽 개인전을 뛰게 하다 보니 중장거리의 세계 최강자 노진규가 개인전을 전혀 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1, 2차 대회에서 부진했던 걸로도 모자라 올림픽 개인전과 릴레이 출전권이 걸린 3, 4차 대회에서도 남자 대표팀은 최악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3차 대회 1,500m에서 이한빈이 금메달을 딴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종목에서는 준결승에조차 한 명도 오르지 못했을 뿐더러, 릴레이에서도 신다운이 넘어지는 바람에 역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3, 4차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20위 안에 드는 선수들에게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주고, 릴레이 8위까지 올림픽 계주 출전권을 주는 규정에 따르면, 남자 대표팀은 올림픽 부진을 걱정하기 전에 올림픽 출전부터 걱정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획득해도 문제다.

결국 빙상연맹은 특단의 조치로 노진규를 1,000m에까지 출전시키기로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금까지 부진했던 신다운과 그나마 잘했던 이한빈이 좋은 성적을 거둬 3장을 따면 다행이지만 혹여 여전히 부진하여 티켓을 획득하지 못하고 노진규만 혼자 혹은 2장을 획득한다면 올림픽에 누구를 출전시키느냐가 문제일 뿐더러, 천만다행으로 3장을 획득한다 해도 애초에 출전할 권리가 있는 박세영이 출전하지 않고 노진규를 출전시켜서 얻은 티켓을 박세영에게 주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올림픽 출전권이 없는데도 계주와 500m에 출전하는 이호석도 마찬가지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을 위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 남자대표팀 감독인 윤재명 감독이 신다운과 이한빈의 소속팀인 서울시청 감독이기에 박세영을 젖히고 노진규를 출전시키는 것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신다운과 이한빈이 박세영보다 중장거리 실력이 더 나은 것은 분명하지만 올림픽 멤버를 출전시키려면 다 출전시켜야지 왜 박세영은 빼놓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빙상연맹의 구태의연한 행정 

어쩌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왔나를 따져 보면 결국은 2010년 짬짜미 파동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선발전에서의 짜고치기 고스톱과 코칭 스태프 입맛대로 올림픽 엔트리 제출로 빚어진 짬짜미 파동. 그에 대한 방지책으로 빙상연맹이 이와 같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만들어 냈지만, 너무나 꽉 막힌 규정이기에 빙상연맹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 짬짜미를 근절시키겠다는 의지야 높게 사지만 종목별 실력과 컨디션을 무시한 채 단 한 번의 선발전 성적만으로 대표 선수를 선발하다 보니 이 같은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닌 3,000m 슈퍼 파이널에 어드밴티지까지 주는 것도 문제 있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세계선수권만 하는 시즌에는 필요한 규정이지만 올림픽이 있는 시즌의 선발전에서조차 3,000m 성적을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한 편의 위주의 행정인 것이다.

어찌 됐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빙상연맹으로선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나마 최선의 결과가 바랄 뿐이다.

한편 SBS에서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번 대회를 17일과 18일 녹화 중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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