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가 10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에서 4년 만에 열리는 쇼트트랙 국제대회인데다 올림픽을 앞두고 치루는 모의고사의 성격도 강해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번 대회의 눈여겨볼 점을 짚어봤다.

1. 빅토르 안 컴백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돌아왔다! 2011년 4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국가대표 선발전을 마지막으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이하 빅토르 안)가 3년하고도 6개월 만에 똑같은 곳에서 국내 쇼트트랙 팬들을 만난다.

오랜 재활 훈련 끝에 국제무대에 복귀한 그는 이후 치러진 국제대회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드러내며 여러 차례 메달을 목에 걸었고, 러시아 국가대표 계주팀의 성적도 끌어올렸다. 지난 1차 대회에서는 1,500m 동메달 하나를 획득하는 데 그쳤지만 계주 준결승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나서 대한민국 계주팀과 끝까지 각축을 벌였다. 그가 이번 대회에선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올림픽에서의 홈그라운드의 이점까지 안고 나설 소치 올림픽에서의 성적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스케이트 잘 타는 외국 선수'라는 윤재명 코치의 발언대로 대한민국 쇼트트랙 팬들은 빅토르 안을 러시아인으로 생각하는지 현장에서의 반응을 지켜봐야 하겠다.

2. 찰스 헤믈린 강세 지속될까?

캐나다의 찰스 헤믈린이 완전체로 거듭났다? 대한민국 남자 대표팀의 라이벌 캐나다팀의 간판인 찰스 헤믈린은 그동안 캐나다의 에이스들의 전통대로 단거리엔 강했지만 중, 장거리엔 비교적 약했다. 스타트와 스피드에 강점을 보이지만 레이스 막판 체력에서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다시 태어난 찰스 헤믈린은 달랐다. 500m 우승은 물론이고, 1,000m 결승에서도 단 한 번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500m 결승에서도 세계 최강 노진규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간발의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1차 대회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쇼트트랙 로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골탈태한 찰스 헤믈린. 이러한 모습이 올림픽까지 지속될지 이번 월드컵 대회를 통해 판단해보자.

 

 

3. 올림픽 개인전 출전 남자 3인의 성적은?

이런 찰스 헤믈린의 눈부신 역주에 비해 대한민국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노진규가 1,500m 금메달을 따낸 것을 제외하면 이한빈이 1,000m 동메달을 따냈을 뿐이다. 문제는 노진규가 1,500m 결승전에서 찰스 헤믈린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다 팔부상을 당하여 2차 대회 출전이 무산된 것.

어차피 노진규는 선발전 3위에 그쳐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니 올림픽 무대에서 맞붙을 상대와의 대결을 위해선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신다운, 이한빈, 박세영.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할 남자 팀 3인의 선전을 기대한다!

4. 남자 계주 순위는?

지난 1차 월드컵 남자 계주 결승에선 의외의 결과가 벌어졌다. 그동안 대한민국, 캐나다에 밀려 3, 4위권에 머물렀던 미국이 깜작 우승을 차지한 것. 미국 쇼트트랙의 전설 안톤 오노가 있던 시절에도 거두지 못했던 놀라운 성적이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대한민국과 캐나다가 부진한 덕이기도 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핵심 멤버인 노진규와 이한빈이 빠진 상황에서 나름 선전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2차 대회에서는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나서는 대한민국 남자 계주팀이 라이벌 캐나다와 새롭게 떠오르는 미국, 빅토르 안이 견인하는 러시아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5. 심석희, 김아랑 듀오는 어떤 활약을?

차세대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는 이번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더 이상 차세대 쇼트트랙 여왕이 아님을 입증해 보이려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적지인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1차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는 호성적을 거뒀다. 더욱이 세계 최강 왕멍을 1,000m 준결승과 3,000m 결승 두 차례나 압도한 것은 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또 심석희가 이런 호성적을 거두는 데에는 김아랑의 선전도 크게 도움이 됐다. 자신의 시니어 데뷔 무대였던 1차 월드컵에서 김아랑은 은메달 두 개를 따내며 심석희를 보조했다. 두 여고생 듀오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이번 대회의 성적을 눈여겨봐야 한다.

 

 

[왕멍의 고의적인 반칙으로 밀려나는 박승희 (C)=SBS ESPN 중계화면]

6. 왕멍은 부진에서 탈출할까? 박승희의 설욕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2010 밴쿠버 올림픽 3관왕과 세계 선수권 3회 우승에 빛나는 왕멍이지만 이번 시즌엔 시작부터 망신을 당했다. 자신의 주종목인 500m에서는 준결승 스타트에서 넘어져 3위로 탈락했고, 1,000m에선 심석희, 김아랑에 밀려 역시 준결승에서 탈락했으며, 3,000m 계주에선 마지막 주자로 나서 마지막 바퀴에서 심석희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홈에서 쇼트트랙 여제의 명성에 흠이 가는 졸전을 펼친 왕멍으로선 바로 적진에서 설욕하고 싶을 법하지만 중국 팀의 연습 시간 동안 계속 기침을 하고 오랜 시간 점퍼를 입는 걸로 정상 컨디션은 아닌 걸로 보인다. 게다가 심석희, 김아랑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에서 고의 반칙으로 세계 챔피언을 강탈당한 박승희가 설욕을 벼르고 있어 왕멍으로선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7. 여자 계주의 승자는?

여자부 또한 개인전뿐만 아니라 계주 우승을 놓고 대한민국과 중국이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차 대회에선 심석희의 막판 추월로 대한민국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을 정도로 두 팀의 승부는 항상 박빙의 차이로 결판이 났다. 이번 대회에도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은 지난 대회 엔트리대로 세계선수권을 한 차례씩 차지한 박승희와 조해리와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심석희, 김아랑이 결승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강 멤버로 불리는 이번 여자 계주 대표팀이 지난 대회에 이어 또다시 중국 여자 계주 대표팀에 고배를 안길 것인지 대회 마지막 날을 주시해 보자. 다만 지나친 몸싸움을 하면 또 실격당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8. 대회 흥행 여부는?

지금까지 안톤 오노의 내한 같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회가 아니면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는 물론이고, 세계 선수권 대회조차 국내에서 벌어진 대회는 무조건 무료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책이 바뀌어 지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이어 이번 월드컵 대회도 유료로 입장료를 받는다. 물론 2000원이라는 형식적인 액수만을 받았던 선발전과 달리 일반인 11,000원, 학생 5,500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 책정되었기에 얼마나 많은 국내 쇼트트랙 팬이 경기장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8 평창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수많은 동계 스포츠 이벤트가 국내에서 열릴 예정이고, 대한빙상연맹에서도 쇼트트랙 월드컵을 매회 유치하기로 천명한 바, 유료 입장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의 흥행 여부는 이후 국내에서 열릴 국제 대회의 흥행 여부를 점쳐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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