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이래로,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여자부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노골드에 그치고 남자부는 개인전에서 금메달 두 개만을 수확하는 부진을 보이면서 금메달을 3개 획득한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여자부 싱글을 우승한 피겨에 가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 다가오는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이전 대회의 부진을 만회하고 쇼트트랙 최강국의 위신을 되찾겠다는 각오가 대단한 대한민국 쇼트트랙 팀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한다.

 

2012-2013 세계선수권 남자 개인 종합 우승자 신다운

2013년 4월 10일~11일 양일간 펼쳐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지상파에서 생중계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 대회에 대한민국의 현역 쇼트트랙 선수들이 총출동하여 낙타가 바늘 구멍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좁은 문을 들어가기 위해 자웅을 겨뤘다. 그런데 단 한 사람, 2012-2013시즌 세계선수권을 차지한 신다운만은 세계 선수권 개인전 종합 우승자는 다음 해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된다는 선발 원칙에 따라 일찌감치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았다.

사실 신다운은 2011-2012시즌 세계선수권자인 곽윤기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대신 출전한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행운을 얻었다. 대리 출전의 행운뿐 아니라 세계선수권 대회 1000m 결승에서도 결승선을 앞두고 1, 2위로 달리던 선수들이 충돌하여 넘어지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얻고, 종합우승까지 확정하는 행운을 누렸다. 물론 운도 실력이라는 스포츠 계의 속설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중장거리에 강한 신다운은 1000m에서뿐만 아니라 3000m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 선수권자가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강점은 지구력과 경기 경험, 단점은 스타트와 순발력

신다운의 장점은 뛰어난 체력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기 경험이다. 이번에 함께 올림픽 개인전에 나서는 이한빈(서울시청)과 박세영(단국대)가 올림픽은 물론이고 세계 선수권 출전 경험조차 없는 것에 비해 2011-2012, 2012-2013 두 시즌 동안 월드컵 시리즈와 세계 선수권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신다운의 경험은 커다란 메리트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과 매년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동급으로 볼 수는 없지만 출전 선수들의 면모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여태 거둔 성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신다운은 지난 월드컵 6차 대회 1500m에서 생애 첫 국제무대 우승을 차지하고 그 여세를 몰아 세계선수권에서도 1500m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동안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 왔던 노진규에 가렸을 뿐이지 1500m에서는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온 신다운이기에 2014 소치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만하다.

하지만 이에 비해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약세 종목인 500m에선 결승 진출을 기대하기도 힘들 듯하고, 1500m와 500m의 중간인 1000m에서도 1500m만큼 호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당일 컨디션과 경기 전략, 운이 한데 어우러져야 최소한 메달은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비틀즈 코드-민룡과 김동성의 갈림길에서.

이렇게 장단점이 뚜렷한 신다운을 보면 2000년 세계선수권 개인전 종합 우승을 차지한 민룡이 떠오른다. 당시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라이벌 관계였던 김동성과 리지아준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던 끝에 리지아준이 고의로 김동성에게 부상을 입히면서 실격당하고, 김동성은 기권하는 와중에 민룡이 1500m와 3000m 슈퍼 파이널을 우승하여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민룡은 2001년 전주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에서는 종합 5위에 그쳤고,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남자 계주 예선에서 미국의 러스티 스미스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남자 계주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민룡은 그 후유증으로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지금까지 신다운과 민룡의 경기 스타일이나 선수 경력 전반부는 데자뷰를 보는 것처럼 흡사하다. 그렇다면 과연 신다운은 민룡의 불운을 재현할 것인가?

하지만 신다운의 또다른 모델로 김동성이 있다.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혜성처럼 국제무대에 나타나 1996-1997시즌 세계선수권 개인전을 종합 우승한 김동성은 이듬해 벌어진 1998년 나가노 올림픽 1000m 결승에서 날내밀기 한 방으로 리지아준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전국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바 있다. 비록 김동성이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만능형 선수라는 점에서 중장거리에 강한 신다운과는 차별점이 있지만 올림픽 바로 전 해 세계선수권자라는 점을 볼 때엔 현재의 신다운의 몸상태와 멘탈은 2001년 세계 선수권에서 부진했던 민룡보다는 김동성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섣부른 예단은 금물. 결국은 남은 기간에 달렸다.

사실 아직 8개월이나 남은 동계 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인지 예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있겠는가? 물론 김연아나 이상화 정도로 넘사벽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둬온 선수라면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이다라고 확신에 가까운 예언을 할 수 있겠지만 아직 신다운이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고, 불의의 부상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남은 기간 열심히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하계 전지훈련과 올림픽 티켓이 걸린 월드컵 시리즈를 잘 치러내고 현지 적응도 잘 마쳐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경기 당일의 컨디션 조절과 경기 전략 수립, 순간적인 정세 판단에서 조금만 삐긋해도 놓칠 수 있는 것이 올림픽 금메달이니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까지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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