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결승전에서 실격당한 뒤 눈물을 흘리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여자 쇼트트랙의 하향세

 

한국 쇼트트랙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전·후로 남자부와 여자부의 국제적인 위상이 뒤바뀌었다. 사실 남녀 모두 명실공히 세계최강의 전력을 유지했던 한국 쇼트트랙이지만, 전체적인 선수층에서 오는 넉넉함은 남자부보다 여자부가 더 좋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는 남자부의 전력이 여자부만 못해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선수들의 선수층이 여자부보다는 남자부가 더 두터웠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의 성적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여자부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라이벌이 없었다.

 

하지만 쇼트트랙의 여왕진선유(25)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면서 여자부의 성적은 점차 하향세를 기록하였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여자부 역시 남자부처럼 국제적인 선수층이 점차 두터워지고 있다.

 

최악의 결과는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나왔다.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여자부 최초로 노골드를 기록하고 말았다. 여자 계주 경기의 판정 시비 문제는 배제하더라도 강세를 유지하였던 여자 1,500m에서 결승전에 참가선수 3명이 모두 진출하고, 세계 최강 왕 멍(중국)이 결승전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조우 양(중국)에게 체력적 열세를 드러내며 금메달을 내주는 모습은 그동안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하여 2010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박승희(21, 화성시청)와 조해리가 선수권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회복하였다.

 

수모의 월드컵대회

 

새롭게 맞이한 2011-2012시즌, 여자 쇼트트랙의 국가 성적은 종합 3. 4위 미국과는 70점 차이에 불과하다. 6회 벌어진 월드컵 대회에서 5차 대회에서 2위를 1회 차지했을 뿐, 나머지 대회에서는 3위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였다. 더군다나 계주 경기에서는 1차 대회에서 2위를 1회 차지하고, 나머지 대회에서는 시상대에도 못 올라가는 수모를 겪었다.

 

그나마 2011 세계선수권자 조해리(27, 고양시청)1,500m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살렸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고 말았다. 이은별(22, 고려대)는 시즌 초반 어깨 부상을 입어 계주 경기에서 다음 주자를 한 손으로 미는 힘든 경기를 연속적으로 치르면서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고, 기대를 모았던 김담민(18, 부흥고), 손수민(22, 경희대), 최정원(23, 고려대)은 계속 부진하여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차적인 성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지구력이나 스퍼트 부분에서 외국 선수들에 너무나도 쳐진 경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이들의 부진은 계주에도 영향을 미쳐 여자부 전체의 부진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춘추전국시대, 여자부 우승 향방은?

 

이번 시즌을 마감하는 2012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부진이 계속 이어질까 상당히 염려스럽다.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조해리도 1,500m만 정상을 지켰을 뿐, 1,000m에서 의외의 부진한 모습을 보여 전 종목에 걸쳐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늘 견제해야 하는 리우 치홍, 판커신 등의 중국 선수들은 물론, 세계 중위권을 유지했던 알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마리안느 생쥴레(캐나다), 라나 게링(미국), 사카이 유이(일본) 같은 선수들의 급성장이 상당히 무섭다. 이들은 단거리 종목은 물론 중·장거리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상대가 될 전망이다. 그래서 당장 이번 세계 선수권의 우승 후보는 누구라고 딱 집어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2010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희망은 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닐뿐더러 생각보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첫째는 참가 선수 모두가 우승후보인 남자부에 비해 여자부는협력플레이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5차 대회 1,500m(1), (2)에서 조해리와 이은별은 협력플레이로 상대 선수들을 적절히 마크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비슷한 장면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연출되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리고 이은별의 부상회복도 반갑다. 6차대회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크게 부진했지만, 5차대회를 그래도 편하게 관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은별의 부상회복 덕분이다. 이은별의 부상회복이 없었다면 조해리도 편하게 경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 쇼트트랙은 악바리정신으로 정상을 지켜왔다.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개인전의 부진과 계주 경기 실격 판정의 분함을 고된 훈련으로 극복하여 올림픽 폐막 한 달 후 열린 2010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보기 좋게 설욕에 성공했다. 이번 2012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월드컵 대회의 부진함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여자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해보자.

 

[아이스뉴스(ICENEWS) 박해성 기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