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산느의 탱고’는 대한민국의 피겨를 대표하는 김연아(21. 고려대) 선수가 처음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을 때 연기하던 곡이다. 당시 이미 고난이도 기술과 뛰어난 표현력을 모두 갖췄던 김연아 선수는 16살답지 않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탱고 연기를 선보여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도 김연아 선수의 연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으로 손꼽히고, 전 세계 피겨 팬들과 많은 외신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4년 뒤, 지난 8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 선발전에선 또 한 번의 ‘록산느의 탱고’가 태릉 실내빙상장에 울려 퍼졌다. 음악에 맞춰 등장한 주인공은 박연준 선수(인천 연화중3). 당당한 모습으로 빙판 위에 나타나 성숙한 연기를 선보인 박연준 선수는 과거 김연아 선수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올 시즌 ‘변신’과 ‘도전’으로 새롭게 태어난 탱고와 함께 등장한 박연준 선수는 시니어 자격도 획득해 국제무대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강렬함과 카리스마로 뭉친 박연준 선수를 아이스뉴스가 만났다.



시니어 데뷔, 아시안 트로피와 네벨혼 트로피를 제패하다!

올 시즌 박연준 선수는 시니어 자격을 획득해 8월과 9월에 있었던 아시안 트로피 대회와 네벨혼 트로피에 출전했다. 특히 첫 국제무대였던 아시안 트로피에선 시니어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박연준 선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러츠 점프를 비롯해 트리플루프 컴비네이션, 더블악셀 컴비네이션 점프 등 자신의 장기인 점프를 모두 성공시켰고, 한층 물오른 연기력으로 '록산느의 탱고'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경기 후 처음으로 해본 국제경기 인터뷰에서, 중국인 아나운서 질문에 똑 부러지게 대답한 박연준 선수의 모습은 피겨 팬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시니어 첫 무대에서 1위를 하다니 안 믿겨졌고 얼떨떨했어요. 인터뷰를 하는데 말이 안 통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웃음) 갈라에선 마지막에 인사하려고 하는데 넘어진 거예요. 프리 경기 끝나고 바로 갈라를 해서 다리에 힘이 저도 모르게 풀려서 그러고 말았네요.(웃음) 시니어 첫 무대에서 1등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경험도 하고 해서 정말 좋았어요.”


아시안 트로피에 이어 출전한 네벨혼 트로피에서도 박연준 선수는 값진 경험을 했다. 미라이 나가수를 비롯한 세계의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시니어 무대를 밟으면서 박연준 선수는 세계 속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부상으로 인해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진 못했지만, 당시 박연준 선수는 외국 선수들과 기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조성만 코치는 전했다.


“연준이가 아시안 트로피와 네벨혼 트로피 때 굉장히 많이 주목을 받았어요. 매우 어리게 생긴 선수가 시니어 무대에 데뷔를 하니 모두 신기해하더라고요. 기술도 깔끔하게 구사해서 박수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데 네벨혼에서 연준이가 실력이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 출전하다보니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부상도 있어서, 기술에서 실수가 많았어요. 제 실력을 발휘했다면 5,6위권 정도까지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에게 이번 대회가 정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던 대회였습니다.”






‘록산느의 탱고’! 나의 변신을 꿈꾸게 하다!

이번 시즌 박연준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음악은 ‘록산느의 탱고’다. 이 음악은 김연아 선수의 프로그램 중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고,  탱고의 매력이 짙게 묻어나는 프로그램이기에 높은 표현력을 요구하는 고난이도의 음악이다. 탱고라는 음악도 벅찬데다, 김연아 선수가 이미 매우 뛰어난 연기를 선보여 부담이 됐을 법도 하지만, ‘록산느의 탱고’에 대한 박연준 선수의 욕심은 컸다.


“연아 언니가 정말 연기를 잘했던 프로그램이라, 제 프로그램과는 비교가 되지도 않아요. 하지만 프로그램 분위기가 많이 다르니깐 저의 ‘록산느의 탱고’를 많이 기억해 주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어요. 사실 처음엔 이 음악이 ‘록산느의 탱고’인지  음악 앞부분만 듣다보니깐 몰랐어요. 그런데 들었던 부분이 맘에 들어서 했고, 그 이후에 음악 이름을 알았어요.”


이번 시즌 박연준 선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변신’을 꿈꿨다. 비시즌 기간 동안 새 프로그램으로 어떤 음악이 좋을지 고심하다가, 그동안의 여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강렬한 음악을 선곡했다. 그랬기에 탱고는 박연준 선수의 변신을 이루게 해줄 또 하나의 ‘무기’였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프로그램에 열정을 가득 담았고, 세세한 안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가 이전까지는 귀여운 이미지만 연기를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저의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에 애착도 컸고요. 혼자 거울 보고 안무 연습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이 했던 프로그램을 참고하기도 했어요. 안무 중에 점프 뛰고 나서 바로 이어서 하는 동작이 안 되다 보니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그리고 손동작이나 표정, 시선처리 같은 것도 많이 연습했어요. 탱고이다 보니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되더라고요.”


박연준 선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록산느의 탱고’는 분명 기존 프로그램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매 시즌 뛰어난 기량으로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박연준 선수이지만, 그동안의 성장이 육체적, 기술적인 성장이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다른 의미가 있다고 박연준 선수의 어머니는 전했다.


“연준이가 어린아이였다가 여성으로 변신하게된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분위기나 여러 가지가 작년과는 다르고 외모도 성숙해지고, 아이가 아니라 여성이 된 거 같네요.”






‘백조의 호수’, 새로이 재탄생한 백조의 호수의 숨겨진 이야기! 

이번 시즌 박연준 선수의 쇼트프로그램 음악 역시 새로운 도전이었다. 박연준 선수는 뮤지컬 음악으로 많이 알려진 ‘백조의 호수’를 빠른 템포의 음악과 접목시켜 기존의 차분한 느낌의 새로운 ‘백조의 호수’를 창조해냈다. 특히 프로그램 하이라이트 부분에선, 음악이 전환되며 빠른 스텝으로 우아한 백조를 그려내는 또 다른 박연준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백조의 호수’가 탄생한 계기는 일본의 다카하시 다이스케 선수의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백조의 호수’는 그동안 다른 선수들이 했던 음악 모두 강렬한 음악이었는데, 이번에 제가 하고자 했던 방향과 잘 맞았어요. 예전에 다카하시가 힙합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한 적이 있어요. 이 음악이 흔한 고전적인 레퍼토리지만, 여자선수로서 모든 선수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너무 흔하다 보니 지루해질 수도 있어서, 편곡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새롭게 음악을 바꿨어요. 특히 중간에 음악이 바뀌는 부분이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에요. 음악이 바뀌면서 저도 더 신나는 것 같아요.”


이번 ‘백조의 호수’를 통해 앞으로 박연준 선수는 한층 더 여성스러운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조의 호수는 앞으로 박연준 선수의 미래를 보여준 거울이었다.






박연준의 성장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현재 박연준 선수는 허리통증으로 고전하고 있다. 점프와 스핀 등 주로 허리와 무릎, 발목을 많이 사용하는 기술을 구사해, 고질적으로 통증에 시달린다. 박연준 선수는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결국 부상이 발목 잡아 지난 달 있었던 회장배 랭킹대회에선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 부상 때문에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 받으면서 운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다친 것 때문에 랭킹전에서 점프를 뛸 수 있던 것을 아파서 성공시키지도 못하고, 제 실력을 발휘 못해 아쉬웠어요. 허리를 무리하게 쓰다 보니 자극이 돼서 부상이 왔어요. 트리플 5종을 모두 타면서 근력에 무리가 갔어요. 사실 아시안 트로피 이후에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네벨혼 트로피 출전을 고민했는데, 흔치 않은 기회이다 보니 출전하기로 결정해서 나갔어요. 아직 몸이 50% 정도밖에 낫지 못한 상태에요.”


이번 랭킹전 당시 몸 상태에 대해 박연준 선수의 어머니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허리가 좋지 못해서 랭킹전 준비를 많이 못했어요. 점프 기술 구사하기가 힘들었는데, 랭킹전 하루 전날 급성으로 골반 쪽에 피로 골절처럼 와서 랜딩을 해야 하는 오른발이 좋지 못했거든요. 쇼트는 프로그램이 짧다 보니 룹만 날리고 했는데, 프리 날 아침에 진통제, 링겔을 맞았는데도 걷지도 못했어요.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아까워서 결국 끝까지 출전한 거였습니다.”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박연준 선수의 ‘욕심’과 ‘도전’은 끝이 없었다. 현재 일주일에 2번 세르게이 아스타셰프 코치의 지도 아래 스케이팅 스킬 훈련을 받고 있다. 또한 앞으로 점프의 질을 더욱 높여 가산점을 받겠다는 목표를 말했다.

 

“모든 점프의 퀄리티를 높여서 비거리를 늘리고 싶어요. 트리플 토룹 - 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을 연습해봤는데 부상 때문에 조금 힘들어요. 이번 재활 기간 동안 고난이도 기술을 하기 위한 몸 상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박연준 선수는 1월에 있을 종합선수권에선 부상 없이 좋은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인터뷰 중간 필자가 박연준 선수에게 “‘록산느의 탱고’란 나의 OOO이다.”라고 말한다면, 빈칸에 어떤 말을 넣을 수 있는지 질문했는데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결국 모든 질문을 마치고 다시 물어봤지만, 박연준 선수는 지금도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조성만 코치가 얘기했다. “‘록산느의 탱고’는 ‘연준이의 변신’이죠. 나의 색깔이라고 할까요. 그동안 틀에 박힌 걸 하다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록산느의 탱고’는 연준이의 색깔입니다.” 조성만 코치의 대답에 박연준 선수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네, 나의 색깔 괜찮은 것 같아요!”


김연아 선수가 기존의 귀여운 이미지에서 새로운 여인의 이미지로 변신한 계기가 ‘록산느의 탱고’를 만나면서였고, 박연준 선수 역시 ‘록산느의 탱고’를 만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니어 데뷔와 동시에 1위를 차지했고, 놀라운 모습으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박연준 선수는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박연준 선수의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박연준 선수의 사진을 찍던 도중, 링크장에 피겨 코치 한분이 쓰러져 있었다. 링크가 좁은 탓에 선수가 코치를 미처 보지 못하고 코치와 충돌하면서 선수의 스케이트 날이 스쳐 코치가 부상을 입은 것이다. 결국 코치는 급히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인천의 유일한 빙상장인 동남스포피아는 재정위기를 겨우 넘겼지만 워낙 시설이 낡은 탓에 선수들은 멀리 떨어진 화성 유엔아이센터와 이곳을 오가며 훈련하고 있다. 좁은 복도에서 자세훈련을 하고, 비상구 계단에선 지상훈련을 하는 어린 유망주들의 꿈은 바로 ‘올림픽 출전’ 하나뿐이다.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한 국가이지만, 열악한 환경속에서 빚어진 사고와 최근 김연아 선수에 대한 종편논란 보도를 보면, 빙상계의 선수, 환경을 보는 언론의 시각은 아직까지 무관심과 왜곡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동계올림픽을 향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아이스뉴스(ICENEWS) 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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