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부터 11일까지 2012 주니어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이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은 주니어 대표를 향한 선수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남자 40명, 여자 27명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압도적인 점수차로 우승한 두 선수는 박인욱(18, 경기고), 심석희(15, 오륜중). 쇼트트랙 팬이라면 누구라도 눈여겨봤을 두 이름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라는 인정의 뜻이다.


박인욱은 지난 2011 주니어세계선수권 대표에도 한 번 선발이 됐던 바 있다. 그러나 그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지난 대표때는 후보 선수로 계주 경기에만 출전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당당히 종합 1위로 개인전 출전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소감을 묻자 박인욱은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했는데 경기가 잘 풀려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반면 심석희는 이번이 첫 출전이다. 97년생으로 올해 처음 주니어 출전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과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심석희는 10월 30일날 열린 유스 올림픽 선발전에서도 대표로 뽑혔다. 한 달의 간격을 두고 두 개의 국제 대회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준비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11월부터 시작한 시즌 일정이 겨우 2주라는 기간만을 두고 계속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컨디션 조절하기가 힘들죠. 다음주에 또 대회가 있어요."라며 지친 기색을 보이는 두 선수에게 주니어 대표 선발을 위해 준비한 것을 물었다. "특별한 것 없이 평상시랑 똑같이 준비했어요."라는 박인욱과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노력했어요."라는 심석희의 대답이 대조적이었다.  



박인욱은 단거리와 장거리 종목에 골고루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단거리가 특기인 선수들은 500m와 1000m를, 장거리가 특기인 선수들은 1500m와 3000m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박인욱은 다르다. 그의 시즌 전반기 출전 종목은 500m와 1500m, 3000m로 상당히 고른 편이다. 이 중 3000m는 다소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나머지 종목에선 전부 메달권에 들며 실력을 입증했다. 여러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에 대한 질문을 하니 "선택하는 데 큰 이유는 없어요. 한 번씩 연습해보기 위해 나가 보는 거예요. 비결이 따로 있지도 않고요." 라며 겸손하게 대답한 박인욱은 다만 "제가 게임 능력이나 센스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덧붙이며 또 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인욱과 달리 심석희는 장거리 종목이 특기다. 때문에 단거리 종목 위주로 진행되는 유스 올림픽 대표에 선발된 심석희가 세간의 걱정을 다소 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렸던 회장배 대회에서 심석희는 그런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여중부 500m 경기에서 단거리 강자로 불리던 공상정을 누르고 1위를 거머쥔 것. 
"유스 올림픽이 500m, 1000m 경기로 치러져요. 그에 대비를 하기 위해 출전했는데 결과가 좋았죠." 그런데 두 개의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회장배 대회에서도 심석희는 최단거리인 500m와 함께 최장거리인 3000m를 선택했다. 벅차지 않을까? 했던 생각도 잠시. 심석희는 3000m 경기에서도 1위를 거머쥐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세계주니어선수권에는 기분 좋은 징크스가 있다.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성적이 좋으면 그 다음 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합우승자 중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많다. 안현수와 이호석이 그랬고, 더 최근에는 노진규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상승세 흐름을 타고 남은 경기에서도 잘 타면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뭐든 제가 잘 해야겠죠." 
"결과가 좋으면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겠죠. 하지만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박인욱과 심석희는 매 국제 대회 선발전이 있을 때마다 이름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선수들이다. 앞으로의 한국 쇼트트랙계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인재들이란 표현에 "부담된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지만 지켜봐주는 팬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강국이다 보니, 우리 선수들이 당연히 1등을 가져와야 한다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외국에 나간 한국 코치분들도 많이 계시고 외국 선수들도 기량이 많이 올라왔죠. 꼭 1등만을 고집하지 마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기대를 걸어주시는 분들께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아이스뉴스(ICENEWS) 김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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