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라(20, 한국체대)가 태릉선수촌에 입성했다.

지난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이정수가 부상을 당했다. 선발전 5위였던 안현수는 러시아로 귀화했다. 이들을 대신해 선발전 순위 6위였던 서이라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 것.

그는 올 초 열렸던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종합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과거 엄천호와 노진규가 2009년과 2010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뒤, 국가대표로 선발돼 좋은 경기를 펼쳤던 사례를 비춰본다면 다음 에이스 수순을 밟을 선수로 서이라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월요일이 출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까지 진행된 회장배 대회에 출전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서이라. 대타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를 아이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헤쳐 본다.

Q.입촌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냈나? 적응하기는 괜찮은지?
A. 계속 운동하면서 지냈다. 사실 입촌하자마자 주말이라 외박이 있어서 짐만 놓고 나왔었다.(웃음) 입촌한 지는 일주일 정도 돼 가는데 이제 좀 적응했다. 사람이 많은 체대팀에 있다가 환경이 바뀌고 훈련 시스템도 바뀌게 되니 조금 힘들었다.

Q.방 배정은 어떻게?
A. 방을 혼자 쓰고 있던 (이)호석 형과 같은 방을 쓰게 됐다. 팀 내 최고참인 형과 같이 있게 돼서 많이 배우고 있다. 운동에 관한 것뿐 아니라 선수촌 내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등도 많이 알려준다.

Q.이호석 외에도 다른 대표 선수들이 조언을 해 주는지?
A. 형들 중에서도 (곽)윤기 형이 많이 해 준다. 체대 동기인 (노)진규도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얘기해 줬다.

Q.2010년 9월 국가대표 선발전 오픈레이스 때 부상을 입고, 직후에 열린 타임레이스에 출전했다.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부상이 심했나?
A. 조금. 발목 부근이 찢어져서 며칠간 운동을 못 했다.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운동을 이어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Q.하지만 그 얼마 후에 있었던 주니어 선발전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A. 그때는 마지막 주니어 선발전이라는 생각으로 참고 뛰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Q.그 후 동계체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나갔다. 자신이 있었나? 경기를 리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A. 출국 전날에 날을 바꿨다. 과감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날이 잘 맞았다. 때문에 자신감이 생겨서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

Q.마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슈퍼파이널 때의 세리머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서이라는 당시 다른 선수들을 큰 차이로 제치고 1위로 들어오면서 결승선 직전에 뒤로 돌아 들어오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대로 들어왔으면 세계 신기록이 나왔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했나?
A. 일단 한국에서는 전혀 생각도 할 수 없는 세리머니 아닌가? 1등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뒤로 들어온다는 게. 때문에 더욱 하고 싶었다. 물론 뒤따라오는 선수들과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으면 안 했을 것이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다.(웃음)

Q.차이를 많이 벌릴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A. 운이 좋았다. 중국 선수들이 스케이팅 초반부를, 영국 선수가 중반부를 이끌었지만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근데 영국 선수도 후반엔 지쳐서 이끌지 못하더라. 그래서 내가 마구 치고 나갔다. 따라가는 게 힘들지 않았다. 지구력을 키워뒀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올 초 열린 종별선수권 당시 모습. 흰색 헬멧이 서이라

Q.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돌아온 직후, 한국체대에 입학을 했다. 훈련환경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애로사항 같은 건 없었나?
A. 처음에는 훈련 시간이 틀려서 좀 힘들었고, 주니어 세계선수권을 치르고 막 돌아온 직후라 시차적응 문제도 있었다. 일주일 정도 고생을 했다.

Q.어떻게 극복했나?
A. 오히려 몸을 더욱 혹사시켰다. 녹초가 돼서 푹 쉬고 나면 내 것이 되니까.

Q.종별선수권과 국가대표 선발전에 걸쳐 다큐멘터리를 찍었더라. 어떻게 찍게 됐는지?
A. 주니어 세계선수권 다녀오자마자 바로 연락이 왔다. 처음엔 '잘되고 나서 찍어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거절하려고 했다. 근데 부모님과 코치님 모두 이런 것도 경험해봐야 한다면서 찍어보라고 권유하시더라.

Q.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이준호 코치가 말하기를 무척 독하게 훈련을 하는 선수라고 하더라. 훈련을 하다가 기절한 적도 있다고 하던데, 원래 독하게 훈련하는 스타일인 모양이다. 의지력이 강한 편인가?
A. 아니다. 어릴 때는 의지력이 약했다.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라 오기도 별로 없고 지면 졌나보다 하고 힘들면 금방 포기하고.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대학 갈 일을 생각하게 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까지는 성적이 무척 안 좋았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마침 이준호 코치에게 가르침을 받게 되면서 코치가 독기도 넣어주고 오기도 심어줬다. 그때 그런 의지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이준호 코치는 나의 멘토 같은 분이다.

Q.국가대표 선발전 1차 경기가 타임레이스로 이뤄졌다. 타임레이스 대비는 어떻게 했나?
A. 체대에서 훈련할 때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타임레이스 훈련을 했다. 그때 연습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Q.타임레이스는 15위로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주에 있던 오픈레이스에서 첫 날 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았는데.
A. 타임레이스가 끝나고 일주일정도 지났을 때 훈련하다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다. 사실 그렇게 심한 부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말이 지나고 오픈레이스가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슬럼프처럼 몸이 안 좋아졌다. 완전히 감을 잃고 다운됐기 때문에 오픈레이스는 거의 포기하고 탔다. 1,500m 결승에 올라간 것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Q.그때 슈퍼파이널 경기에서 제일 먼저 치고 나가 경기를 리드했지만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바짝 뒤따라오던 이정수와 엉켜서 넘어졌다. 직후 이정수가 먼저 일어나 1위로 들어오면서 국가대표 승선에 실패했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A. 먼저 나갈 때는 됐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넘어졌을 때도 정수형이 걸렸다는 걸 알았고, 부딪히자마자 일어나서 달려 나가려 했다. 근데 정수형이 더 앞에 넘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 망했다' 싶더라.(웃음)

Q.비시즌 기간 얘기를 해 보자. 국가대표 상비군이 여름 비시즌 기간에 모집됐는데, 상비군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A. 코치 선생님들과 선수들이 각기 다른 팀에서 오기 때문에 거친 훈련을 하진 않는다. 각자 팀에서 하는 정도로 진행되는 것 같다.

Q.여름에 국선 차순위(5-8위) 선수들과 함께 뉴질랜드 윈터게임에 초청받아 갔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링크장 상태라거나.
A. 아주 치열한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볍게 탔다. 여행 간 기분이었다. 빙질은 그냥 그랬는데 링크장이 지나치게 춥더라. 한국 링크장이랑 수준이 다르다. 냉방기를 틀어놓은 느낌이었다.

Q.뉴질랜드 윈터게임 갔을 때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지갑을 또 잃어버릴 뻔한 사건이 있었다. 뉴질랜드에 가기 전 친구들과 놀다가 지하철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 그때 기숙사 방을 같이 쓰는 형이 자기 지갑 잃어버렸을 때 썼던 임시 지갑이라며 곰돌이 모양 지갑을 줬다. '이거라도 써야지' 하고 한동안 쓰고 있었는데… 오클랜드에서 항공편을 갈아타면서 좌석 앞주머니에 넣어두고 잊어버렸다. 근데 결국 찾긴 찾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같은 항공사를 또 썼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문의하니 곰돌이 지갑을 건네주더라. 주민등록증 재발급 전에 주는 종이 덕에 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1월 11일 열린 전국남녀 대회 당시 경기 모습. 흰색 헬멧이 서이라

Q.시즌이 얼마 전에 시작했다. 첫 경기인 전국남녀 대회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A. 시합 2주 전에 아파서 1-2주 정도 쉬었다. 몸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서 컨디션 조절이 안 됐다. 부상은 아니다. 지금은 괜찮다.

Q.그렇게 오래 쉬었으면 몸이 안 풀렸을 것 같다.
A. 운동이 덜 된 상태에서 시합을 들어갔다 보니 결과가 안 좋게 풀린 것 같다.

Q.내일 열릴 회장배 대회에 출전하는 걸로 알고 있다. 국가대표로 활동하게 됐는데도 참가하는 이유는? 혹시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한 회장배인지?
A. 회장배 대회 참가 선수 마감일이 국가대표 참가 관련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때와 비슷했다. 그때는 선수촌에 들어가게 될지 아닐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신청했다. 또, 회장배는 학교 간 대결이라는 이유도 있기 때문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월드컵 대비용은 아니다.(웃음)

Q.입촌이 결정됐을 때 주변 반응이 어땠나?
A. 다들 '축하한다, 열심히 해라'라고 해 줬다.

Q.처음 국가대표가 됐는데 부담이 된다거나 평소랑 다른 느낌이 들지는 않는지?
A. 부담되는 건 없고, 좋다는 생각만 든다. 더 많이 배우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랑.

Q.첫 출전하는 시니어 국제 경기인데?
A. 잘 타는 선수들이 많아서 굉장히 긴장된다. '이걸 어떻게 타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저 열심히 타려고만 한다.

Q.월드컵에 출전하면 단거리 종목을 주로 뛰게 될 것 같다. 따로 대비하고 있는 게 있는지?
A. 따로 무언가를 준비하기보다 스타트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있다.

Q.밴쿠버 올림픽 이후로 경기를 관전오거나 응원을 하는 팬들이 많아졌는데 달라진 링크장 분위기가 어떤가?
A. 좋다. 쇼트트랙이 비인기 종목이었는데 팬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준다는 게 무척 기쁘다.

Q.서이라에게 쇼트트랙이란?
A. 인생의 전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는 나의 전부이다.

Q.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각오 한마디?
A. 꾸준히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셔서 감사하다. 전국남녀 대회 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지켜 봐 달라.

이날 인터뷰 후 다음날부터 진행된 회장배 경기에서 서이라는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계주경기에서도 활약하며 전국남녀 대회에서 못 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시즌 첫 경기의 아쉬움과 시니어 국제 경기 경험이 없다는 세간의 걱정을 말끔히 날려버린 것이다.

꿈을 향한 준비를 모두 마친 그. 이젠 국가대표로 비상할 차례가 왔다.


[아이스뉴스(icenews) 글_김설희 기자, 사진_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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